자유한국당 1차 인재영입, 당 안팎 비판과 잡음 이어져
참신성 없는 청년인재 백경훈, 영입 시스템 결함 드러내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박찬주 전 대장 결국 영입 보류
인물난과 폐쇄적 의사결정으로 고장 난 인재영입시스템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1차 인재영입 환영식을 가졌지만, 영입 절차와 시스템 부재, 세습 영입, 리더십 위기 등 당 안팎의 논란과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31일, 황교안 대표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회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정범진 경희대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 등 8명의 영입을 발표했다.

황 대표는 환영식에서 “총선에 압승해 국민들께 기쁨을 드리자”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이 갑자기 환해진 것 같다”고 했지만, 곧바로 당내 비판이 쏟아졌다.

“소중한 지지율 상승 기회를 날린 뼈아픈 실책이다.” -장제원 의원-

“인적쇄신과 혁신 없이 총선을 치른다면, 정치 사상 처음으로 대선, 지방선거, 총선 3연패를 가져오게 된다.” -홍준표 전 대표-

청년인재 백경훈 둘러싼 ‘세습 영입’ 논란

환영식 직후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가 자유한국당 청년 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의 비서 남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촉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신성도 공정성도 없는 ‘세습 영입’으로 규정했다.

“특정 의원과 친분 관계가 있고, 익숙한 스펙을 가진 청년을 인재 영입이라는 포장지로 내세운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청년대변인-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1차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영입된 인재 8인이 파이팅을 외차고 있다.(2019.10.31)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1차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영입된 인재 8인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2019.10.31)

신보라 의원은 여의도 정가에 발을 들여놓기 전 대표를 맡았고, 신 의원이 정계에 진출하자 당시 백경훈 부대표가 대표직을 승계한 바 있다. 신 의원은 ‘청년이 여는 미래’를 설립한 장본인이다.

백경훈 대표는 지난 8월 자유한국당 장외집회에 참석해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한 발언으로 YTN 변상욱 앵커와 ‘수꼴’ 공방을 벌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런데 백경훈 대표는 처음 자유한국당에 영입되는 인재가 아니다.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고,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당원인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참신한 인재라고 자랑한 셈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당내 인재풀과 영입 절차 및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며, 알고도 강행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신보라 의원은 언론 보도를 보고 백경훈 대표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사적 인연 때문에 영입 인재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신 의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겹치는 우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참사 책임 공방 휩싸였던 이진숙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은 세월호 참사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라크를 비롯, 분쟁지역에서 활약한 스타기자 출신이다.

그러나 MBC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세월호 참사 ‘전원구조’ 오보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특히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사측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노사갈등을 증폭시키는 바람에 MBC 기자회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인물이다.

세월호 유족 및 단체들은 이진숙 전 사장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언론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영입 보류된 '공관병 갑질 논란', 박찬주 전 육군대장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해 정치에서 내 역할을 찾겠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지난 30일, 황교안 대표가 인재영입 리스트를 발표하자마자, 당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 중심에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있었다.

박 전 대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관병에게 골프공 줍기, 텃밭 관리, 곶감 만들기 등 업무 외 지시를 일삼고 갑질과 가혹행위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불명예 제대한 인물이다. 갑질 의혹은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부하 인사청탁 혐의는 벌금 4백만 원이 선고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공관병 갑질 행태까지 면죄부를 받기는 어렵다.” -한국당 김세연 의원-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월 대전에서 박 전 대장을 직접 만나는 등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조경태, 정미경, 김광림, 김순례 등 최고위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영입 제고를 요청하는 등 당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자 황 대표는 일단 박 전 대장을 1차 인재영입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폐쇄적 의사결정 과정과 고장 난 인재영입시스템

1차 인재영입 리스트가 발표된 후,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황교안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는 분위기였고, 한국당은 비판에 휩싸였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작은 문제가 쌓여 당 운영과 대표의 리더십에 흠이 갈 수 있다. 논란인 인물을 굳이 첫 번째 인재 영입 명단에 넣은 것이 아쉽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이 YTN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국당의 이번 1차 인재 영입 발표를 두고 제기된 논란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영입’과 ‘폐쇄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다.

애초의 영입 리스트에는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박찬호,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궁예 배역으로 유명한 탤런트 김영철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들 모두 한국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영입 논란이 불거진 직접적인 이유다.

“20~30대 젊은 청년들의 공감까지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 영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하고...” -조경태 최고위원-

인재를 영입하는 절차와 시스템, 즉 의사결정의 전체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입 대상을 내부 추천 풀에 한정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절차가 당내 소통 없이 이뤄진 점은 문제다.

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은 인재영입위원회가 전담했고, 이번 1차 인재영입 리스트는 박맹우 사무총장의 당 사무처가 주도했다. 최종 결정은 인재영입위원회와 사무처가 공동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황교안 대표는 이진복 당 상임특보단장 등 일부 측근들과 함께 최종 결정을 내렸다. 당 최고위원들과 여타 지도부 인사들은 제외됐다. 이명수 인재영입위원장도 국제의회연맹(IPU) 참석 차 출국하긴 했지만, 제외되긴 마찬가지였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재들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던 2일(어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외연 확장 차원에서 영입했던 이자스민 전 의원의 탈당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정의당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사태로 벌었던 당 지지율을 금세 깎아먹었다”는 당내 자조 섞인 비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런 절차와 인재 발탁 시스템, 폐쇄적 결정 과정이라면, 향후 자유한국당의 인재 영입에서 공정성과 참신성, 차별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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