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태국 방문을 계기로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아세안 국가 정상의 협력을 당부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의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한자리에 모인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신남방정책의 확대·심화를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 총생산의 ⅓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타결에 동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의에서 각국의 규범을 조화시켜 세계 경기 하강을 함께 극복해 자유무역 가치를 확산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아세안+3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상 대기장에서 별도의 단독 환담을 갖고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계기에 열린 정상회담 이후 13개월만에 성사된 것으로, 이번 아베 총리와의 대화에서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대법원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 및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등으로 악화 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가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와 달리 일본 언론들은 이번에 한일 정상이 환담을 나눈 것에 대해 미국을 향해 대화에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폄훼했다.

먼저 요미우리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잠시 앉아서 이야기합시다'고 말하며 자리에 앉아서 대화할 것을 권해 아베 총리가 응했다"며 "사전에 접촉이 있었다면 한일 관계 담당 간부와 통역이 자리에 함께 했겠지만, 사전 준비 없이 이뤄져 영어 통역만이 동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종료를 결정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유지를 미국이 요구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 저하를 겪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내우외환으로 더이상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될 것(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의 견해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아베 총리에게 환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사히, 마이니치, 산케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하게 미국에 대일 관계 개선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분석을 내놓았다.

아사히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정과 외교에서 곤란에 부딪히고 있어서 한일 관계에서 성과를 내야 할 처지"라고 보도했고, 마이니치신문은 "문 대통령이 환담에서 대화를 강조한 것은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이 대화 가능한 관계라는 것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전날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관방부(副)장관이 정상 환담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한 설명 내용을 소개하며 양국 간 발표 내용의 차이를 부각하기도 했다.

마이니치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고위급 협의 제안에 대해 아베 총리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노력하자는 답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니시무라 부장관이 방콕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종래대로 외교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가겠다는 취지로 응답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실제로 정상 간 환담 자리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통역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이런 발언을 했다.

마이니치는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환담에서 종래의 일본 측 설명을 반복한 것은 정상 간 회담을 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고위급 협의가 역사 문제와 수출 규제·안보 등 다른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에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의 관련 보도에서는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나왔다.

아사히는 "강제징용 소송에 대해 문 대통령이 쉽게 양보할 수가 없으니 관계 개선의 길은 멀리 있는 실정"이라고 보도했고, 마이니치는 "16~17일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취소되면서 지소미아 유효 기간 내 한일 정상 간 접촉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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