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현역 불출마 선언 등 선거 준비 차근차근
자유한국당, 지도부 쇄신 요구 이은 황 대표 리더십 논란
3선 이상 중진 용퇴론 두고 초・재선과 중진 의원 대결 양상
손학규 대표 중심 당 조직 빠르게 재정비하는 바른미래당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내년 4월 15일 치러질 21대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3당이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공천 및 리더십과 관련된 자유한국당의 쇄신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인식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마당에, 마음이 이미 내년 총선에 가 있는 여의도 정가에서는 강력한 선거 승리 요인인 ‘현역 물갈이’ 룰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현역 물갈이에 실패할 경우 총선 승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국회혁신특위를 설치한 이후,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 예상을 깬 총선기획단 구성, 불출마 의원 전수조사 등 선거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인적 쇄신에 결정적인 한방이 없고 보수통합도 지지부진하자,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향해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오면서 공천과 관련된 초・재선 의원 그룹과 중진 의원 그룹 간 기싸움이 시작됐다.

비당권파인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과 결별을 선언한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당 조직을 정비하며 총선체제에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현역 물갈이 순조로운 더불어민주당

국정감사 이후 일찌감치 선거체제로 들어선 민주당은 조국 사태 국면전환을 위해 서둘러 총선체제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고, 순조로운 선거 채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이철희 의원(비례대표)과 문재인 영입 인재 1호였던 표창원 의원(경기 용인시정)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예상을 깨고 젊은 층과 여성을 대거 기용한 총선기획단을 꾸렸다.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출마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10여 명의 현역 의원이 문서로 불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불출마 의사를 개진한 의원을 제외하고도 낮은 평가를 받는 20%가량의 의원들에게 감점을 부여해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속 의원 128명 중 20%는 25명에 해당한다. 여기에 불출마 의원 10명을 더하면 무려 35명의 물갈이가 이뤄지는 셈이다.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도 적극 고려되고 있다. 실제로 예전에 전북 무주・진안・장수가 지역구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종로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김포갑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또한 지금까지 선거 15~30일 전에 출범시켰던 선거대책위원회를 오는 12월 10일 일찌감치 출범시켜 총선 분위기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표창원 의원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표창원 의원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초・재선 對 중진’ 기싸움 시작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도 지난 7월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공천룰을 만들게 함으로써 총선 준비에 착수했다.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정치 신인과 청년, 사회・정치적 약자를 포함한 소외계층에 각 50%, 40%, 3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 배심원 인원을 대폭 늘려 국민공천배심원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조국 정국의 반대급부로 상승했던 당 지지율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고소 고발 의원 가산점 부여 발언’, 황교안 대표가 직접 영입에 나섰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자유한국당의 1차 인재 영입 발표 직전 명단에서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과 박찬주 전 대장의 ‘삼청교육대 입소’ 발언 논란의 피해 당사자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자유한국당의 1차 인재 영입 발표 직전 명단에서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과 박찬주 전 대장의 ‘삼청교육대 입소’ 발언 논란의 피해 당사자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난 4일, 자유한국당도 박맹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12명의 총선기획단을 꾸리면서 본격 총선체제로 들어섰지만, 영남권과 친박(친 박근혜) 인사에 편중된 총선기획단 구성을 두고 당내 잡음이 일었다. 초・재선 의원들이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공천 관련 신호탄은 김태흠 의원(2선, 충남 보령시서천군)이 쏘아 올렸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권, 서울 강남3구 등의 3선 이상 선배 의원들은 정치에서 용퇴를 하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여타 초・재선 의원들도 “과거 여당 소속으로 3선까지 했던 분들에 대한 수도권 출마 요청은 진정한 개혁을 위한 첫걸음이다”, “중진들의 자발적이고 신속한 불출마 선언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지원에 나섰다. 7일에는 초선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3선 이상 의원들의 자발적인 용퇴를 공개 요구할 계획이다.

“20대 국회의원 공천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친박’ 한마디에 진박 감별사가 등장했다. (중략) 또다시 공천의 계절이 왔다.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국민 여러분은 또다시 보게 될 것이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를 제압할 힘이 없다.”

6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꼬집고 있다. 홍 전 대표뿐 아니라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3선 이상 중진들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사태에 모두 책임이 있으니 책임지고 불출마 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를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조국 정국 당시 삭발식을 가진 김문수 전 경기지사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를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조국 정국 당시 삭발식을 가진 김문수 전 경기지사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거기에 부진한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 작업까지 겹치면서 황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리더십 부재 논란이 거세졌다. 황교안 대표는 결국 6일 오후 3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회견”, “준비도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조급함만 드러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회견이 돼버렸다.

같은 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유민봉 의원(비례대표)이 한국당 현역 의원 중 최초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도부 쇄신을 촉구했지만, 당내 반말이 만만치 않아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용퇴론'에 반발하며 출마 준비하는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들

자유한국당 의원 109명 중 영남과 강남에서 3선 이상 한 의원은 부산 김무성(6선), 경남 이주영(5선), 울산 정갑윤(5선), 서울 강남갑 이종구(4선), 대구 주호영(4선), 부산 조경태, 김정훈, 유기준(4선), 경남 김재경(4선), 부산 김세연, 이진복, 유재중(3선), 경북 강석호, 김재원, 김광림(3선), 경남 여상규(3선) 등 모두 16명이다.

16명의 현역 의원들이 용퇴나 험지 출마를 결정한다면 당 분위기 쇄신에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정훈 의원(4선, 부산 남구갑)은 성명서를 내고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말라 할 문제는 아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나가라면 나가겠지만, 나를 대체할 경쟁력 있는 인물을 데려오라”, “무턱대고 3선 이상 의원을 나가라는 것은 억울하다”는 등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예비출마자들과 원외 인사들도 초재선 의원들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중진들은 지역구를 오가며 총선 출마 준비에 바쁘다. ‘3선 이상 중진 용퇴론’을 두고 향후 초・재선 의원 그룹과 중진 그룹 간 충돌이 격화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별 수순에 들어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당권파와 유승민 전 대표의 비당권파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결별 수순에 들어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당권파와 유승민 전 대표의 비당권파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갈 테면 가라”, 조직 추스르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향해 “갈 테면 빨리 가라”며 결별을 선언했던 손학규 대표는 당 조직을 다잡으며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1일 전국위원장, 상설위원장, 대표직속위원장, 특별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4일에는 김관영 전 원내대표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고, 6일에는 공석이던 당 대변인에 강신업 변호사를 앉혔다. 그동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주승용 최고위원도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며 힘을 보탰다.

손학규 대표는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겠다, 이번 주에 신당창당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바른미래당은 제3지대를 확대해 총선에서 승리하고 한국의 정치구조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해찬 지도부 책임론을 누그러뜨리고 조국 블랙홀 탈출에 성공하며 본격 총선체제를 가동 중인 민주당과 달리, 자유한국당은 중진 용퇴론과 친박・비박 기싸움, 황교안 대표 리더십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당권파와 사실상 결별한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조만간 총선체제를 가동할 전망이다.

여야3당은 외부적으로는 인물난에, 내부적으로는 의석난에 허덕이고 있다. 외부 인재를 발굴해 수혈하기도 어렵지만, 수혈할 자리에 오래된 바늘이 꽂혀 있기 때문이다. 내년 4・15 총선 승리의 향배는 ‘인재 찾기’보다는 ‘자리 비우기’에 성패 여부에 갈릴 전망이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고,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총선체제가 본격 가동되는 이즈음 여의도 정가에 딱 들어맞는 격언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