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디스트릭트 RDM캠퍼스/네덜란드 로테르담

▲RDM이노베이션 도크 캠퍼스(Innovation Dock Campus). 로테르담의 기술 및 공학 대학들이 들어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학기 중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박혜리
▲RDM이노베이션 도크 캠퍼스(Innovation Dock Campus). 로테르담의 기술 및 공학 대학들이 들어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학기 중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박혜리

네델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의 도시혁신은 지금도 한창이다. 언뜻보면 ‘로테르담(RotterDaM)’과 비슷하게 읽혀지는 RDM은 본래 ‘로테르담 도크회사(Rotterdamsche Droogdok Maatschappij)’라는 조선소 이름의 약자였다. 똑같은 이름으로 현재는 조선소가 아닌 로테르담의 제조산업 및 교육 혁신거점으로 불려진다. 로테르담 메이커스 디스트릭트(Rotterdam Makers District)는 마스(Maas) 강을 중심으로 이곳 RDM캠퍼스와 M4H로 나뉘어지는데, 이번에는 RDM캠퍼스를 먼저 다루려고 한다.

▲RDM조선소였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배를 건조했던 도크공간은 현재 수상버스 정류장과 수상실험장소로 쓰이고 있다. (https://www.rdmrotterdam.nl)
▲RDM조선소였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배를 건조했던 도크공간은 현재 수상버스 정류장과 수상실험장소로 쓰이고 있다. (https://www.rdmrotterdam.nl)

과거의 ‘RDM’은 1902년에서 1996년까지 존재했던 선박제조회사로, 약 100년동안 355척의 선박을 제조했다. 최고 전성기에는 약 7,000명의 직원이 있었으며 한동안 네덜란드 조선업계에서도 주도권을 잡았을 정도로 압도적인 회사였다.

여기에서 제조한 가장 유명한 선박은 ‘로테르담(ss Rotterdam)’으로 불리는 배로, 역사적인 가치가 인정되어 현재는 근처 카텐드레흐트에 영구정박하여 호텔 및 레스토랑으로 재사용되고 있다. (전편 03 플로팅 커뮤니티 참조.) 로테르담에서 시작하여 ‘로테르담’도 만드는 로테르담의 상징과 같은 장소였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동양국가들이 조선업계에 주력을 하면서 노동집약적이고도 기술집약적인 조선산업은 자연스레 서양에서는 경쟁력을 잃어갔다. RDM은 잠수함 및 군함에 특화하여 나름의 입지를 구축했으나 결국 1983년 파산에 이르렀다. 이후 회사를 바꿔 무기산업으로 연명을 하다 1996년 조선소는 문을 닫게 된다. 결국 로테르담 시정부가 이 부지를 매입했고 이후 로테르담 항만공사(PoR)는 2004년 로테르담 시정부로부터 영구임대로 이 곳을 사용하게 되었다.

조선업은 바다의 제조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 땅을 사용하게 된 항만공사는 일반적인 부동산개발이나 단순한 소비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또 다시 제조산업에 관심을 두어 이 곳의 ‘생산성’을 이어나갔다.

▲RDM 캠퍼스 지도 (https://www.rdmrotterdam.nl/)
▲RDM 캠퍼스 지도 (https://www.rdmrotterdam.nl/)
▲RDM혁신도크 캠퍼스 내 공동 작업장(왼쪽)과 혁신도크 비즈니스의 기업 입주공간(오른쪽) ©박혜리
▲RDM혁신도크 캠퍼스 내 공동 작업장(왼쪽)과 혁신도크 비즈니스의 기업 입주공간(오른쪽) ©박혜리

특히 연구, 디자인 및 제조라는 모토 하에 창의 및 혁신 제조 산업 사업장 및 배양지로 개발되고 있다. RDM캠퍼스의 핵심공간은 기존 조선소의 기계실이었던 대형공간을 개조하여 만든 RDM 혁신도크(Innovaion Dock)라는 곳이다.

이 곳은 두 군데로 나뉘는데, 교육 및 연구를 담당하는 ‘혁신도크 캠퍼스(Innovation Dock Campus)’와 창업 및 산업육성을 담당하는 ‘혁신도크 비즈니스(Iinnovation Dock Business)’이다.

혁신도크 캠퍼스에는 2009년부터 로테르담 응용과학대학(Hogeschool Rotterdam)의 기술 연구 과정 학생들과 알베다 대학(Albeda College)의 학생들이 들어와 있다. 혁신도크 내 있는 메이커스 스페이스나 워크숍 공간은 이 학생들과 ‘비즈니스’영역에 있는 창업 기업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혁신도크 내 곳곳에서 입주 기업과 학생들의 공동 협업작업 등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산(産)과 학(學)의 협력’의 중심공간이 되었는데, 이는 산업의 ‘생태계’적 측면을 고려한 프로그램의 유기적 구성을 공간적으로 실현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탄생하는데 있어, 교육 및 연구가 토양이 되어 ‘아이디어를 형성(Ideation)’하고, 이를 서로가 네트워킹하여 ‘확인 및 검증(Validation)’을 하는 단계를 넘어, 사업의 아이템을 테스트하는 기간인 ‘가속화(Acceleration)’의 과정을 거치며, 마침내 기업으로 설립하여 ‘성장(Growth)’에 이르게 하는 단계별 지속가능형 창업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RDM 캠퍼스의 생태계(WWW.ROTTERDAMMAKERSDISTRICT.COM 에서 발췌, 필자번역)
▲RDM 캠퍼스의 생태계(WWW.ROTTERDAMMAKERSDISTRICT.COM 에서 발췌, 필자번역)

이 곳에 입주해 있는 로테르담 응용과학 대학(Hogeschool Rotterdam)의 4가지 주요 연구주제는 ‘미래 항만산업(Next Port Industry)’, ‘물류 및 교통(Logistics & Mobility)’,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회복력 있는 도시(Resilient City)’이다. 주제 선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항만’ 지역에 있으며 ‘도시’에 인접해 있다는 장소적 특이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항만공사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RDM캠퍼스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자연스럽게 ‘해양’이 되었다. 항만공사는 이러한 시설을 마련한 것 뿐만이 아니라 입주 학교 및 기업들에게 펀딩을 제공하여 미래에 주요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꺼이 투자를 하고 있다.

RDM캠퍼스는 로테르담 항만공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인데, 항만재개발을 할때 사업성에 따라 수익성 좋은 사업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항만공사가 스스로 자사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미래산업에 투자를 하고 단기간 마이너스를 감내하며 지역에 도움이 되고 소통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조선소가 줄줄이 폐업을 하고 네덜란드라는 해양강국은 조선산업에 손을 떼면서 눈을 다른데로 돌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또 다른 바다의 산업을 개척해 내었다. 배를 만들어내던 대형 제조산업에서 도시의 공간과 혼합될 수 있는 중소형 제조산업 및 지식산업으로 산업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바다’라는 주제는 이어나갔다. 이는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의 지속과도 접하는 부분이다.

▲실내 수면공간 내 실험을 할 수 있는 아쿠아 랩(Aqua Lab)과 3D 프린터로 찍어 낸 해양 금속설비 자재들.©박혜리
▲실내 수면공간 내 실험을 할 수 있는 아쿠아 랩(Aqua Lab)과 3D 프린터로 찍어 낸 해양 금속설비 자재들.©박혜리
▲RDM 캠퍼스의 운영구조(WWW.ROTTERDAMMAKERSDISTRICT.COM 에서 발췌, 필자번역)
▲RDM 캠퍼스의 운영구조(WWW.ROTTERDAMMAKERSDISTRICT.COM 에서 발췌, 필자번역)

2016년 로테르담 건축 비엔날레(IABR)의 주제는 ‘The Next Economy’였는데, 로테르담과 브뤼셀의 전시는 ‘생산적인 도시(The Productive City)’라는 주제로, 어떻게 서양의 도시들이 다시금 새로운 제조산업의 플랫폼이 되어가는지에 대해 다뤘다. 어떻게 생산과 제조업이 다시 도시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도시는 제조산업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나라의 경제 및 부가가치창출에 공헌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순환적이고도 사회 통합적으로 산업을 도시와 함께 공존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 및 현상을 다루었다.

서양에서 공장 및 제조업 공간은 대부분 교외로 이전하여 도시와 분리했다. 요즘은 도시에서의 생산성을 잃은 후 소비의 공간으로 단일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좀 더 건강하고 다양한 도시의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생산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스마트 기술 등의 출현으로 가벼워지고 안전해졌기에 더욱 더 제조산업경제를 도시 안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지역 안에서 ‘순환경제’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시대적 과제와, 지역에서 생산해내는 소규모 산업에도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필자가 참여한 서울시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안에서는 고밀도로 재개발을 하더라도 이러한 생산성(도심산업)을 유지하고 지역과 상생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른 세운의 모든 지역이 오피스-호텔-아파트 일색 무개성의 도시를 만들어내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었다. 다행히 재정비구역지정이 해제되었고 도심산업을 어떻게 끌어안을지 고민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심과 산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어가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서양에서는 내쫓은 산업을 어떻게 도시로 다시 끌어들일까 걱정이지만 우리는다행히 이미 이러한 소중한 도심산업이 곳곳에서 아직 ‘생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저성장기에 있는 유럽과는 달리 여전히 역동적이고 도시와 산업의 성장과 성숙이 혼재되어 있기에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유럽과는 다른 모델로 같은 긍정적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항구는 여러 산업이 모여있다. 물류를 담당하는 하역시설이 주요 업무이긴 하지만 제조업을 담당하는 조선소 및 공장, 사무실 등도 있다. 도시가 확장되고 항구가 노후화 되면서 항구와 도시는 물리적으로 좀 더 근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항구는 재개발이 되어 도시에 편입되어 갔다.

▲현재 혁신도크로 사용중인 구 조선소 기계실 건물과 기념비적으로 남아있는 3개의 크레인. 수상택시를 타러가는 선착장에서.©박혜리
▲현재 혁신도크로 사용중인 구 조선소 기계실 건물과 기념비적으로 남아있는 3개의 크레인. 수상택시를 타러가는 선착장에서.©박혜리

네덜란드도 초기 항구재개발 프로젝트를 보면 용도는 대부분 주거 또는 상업시설로 채워지며 도심의 확장으로 보았다. 그러나 로테르담은 항구가 계속 바다쪽으로 확장 성장하고 있고 도심과 만나는 부분에 대해 산업과 도시의 접점인 공간적 요소를 활용해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도 도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낡고 구식의 산업과 방식은 사라졌지만 다시 산업을 업그레이드시켜 미래산업으로 발전시키거나 산업지 단일용도였던 곳을 여러 용도와 혼합하여 도시 안으로 포용하고 공생하여 도시의 생산성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RDM캠퍼스는 도심과 산업의 융합, 산업생태계, 산학협력 등의 측면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로테르담 메이커스 디스트릭트의 또 다른 지역인 M4H, RDM캠퍼스의 마스 강 맞은 편에 위치하여 수상택시를 타면 5분안에 도착할 수 있는 M4H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박혜리 (도시건축가)
-네덜란드 도시계획사(SBA, Stedenbouwkundige)-
-KCAP 프로젝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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