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는 한파와 함께 '수능' 그날이 왔다. 입맛도 없는 아침인데 체하지 말라고 죽이나 미역국이라도 먹이고 보내고 싶지만, 혹시라도 죽 쑬까봐 미끄러질까봐 그것도 못 한다.  만약의 변수라도 성적에 작용할까봐 우스개로 넘겨도 좋을 징크스도 허투르 못 넘기는 부모 마음.

여기저기 엄마들 말을 들어보니 도시락은 만만한 김밥이 좋다는 둥, 계란말이에 간장조림 담았다는 둥, 텀블러에 국 대신 따끈한 보리차를 담아줬다는 둥 고민도 조언도 가지가지.

누구집처럼 자사고, 특목고, 외고 못 들어 갔어도 꼼꼼히 봉사활동 챙겨서 학종 스펙이라도 채우려 했건만, 흙수저 집안 주제에 엄마 찬스 아빠 찬스 동원하는 저쪽 집안을 어떻게 당해내리.

말 많은 학종 폐지되고 정시 전부로 가더라도 결국 승리는 강 아랫동네. 겨우겨우 마트에서 식당에서 번 알바비로 학원비라도 충당하지만, 뱁새가 어디 황새를 따라가리. 우리집 형편으로 입시 컨설팅이니 고액 쪽집게강좌는 꿈도 못 꾸지.

어차피 웃는 쪽은 정해졌으니 공정성이니 기회 균등이니 하는 것들일랑 죄다 허허로운 주장이요 결국 그들만의 리그는 아닐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 입시제도 돌아가는 판이 엎어지고 고꾸라지고 뜯어고치기 바쁘니, 말이 백년지대계(計)지 돌아가는 판은 백년지대퍠(敗)가 아닐까.  

아니란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단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단다, 성적은 흘린 땀에 비례한단다는 뻔한 격언이 통할리도 없고. 그저 긴장하지 말거라,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거라, 넌 잘 할 수 있을거다, 어깨만 두드려주고 마음으로 기도할 수 밖에. 자식한테 미안한 부모마음이 다 그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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