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전인수' 분양가 상한제
[데스크 칼럼] '아전인수' 분양가 상한제
  • 한승수 (hansusu78@gmail.com)
  • 승인 2019.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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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남 대치와 서초 잠원 등 2곳의 재건축 분양단지의 청약과열을 둘러싸고 민영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실효성 공방이 뜨겁다.

논란의 단초는 롯데건설의 하이앤드 브랜드로 새옷을 입은 '르엘'이다. 서울 강남권의 노른자위 알짜 터에 각각 분양 중인 '르엘 대치'와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12 대 1과 8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르엘 대치'의 청약성적은 서울 재건축 최고기록인 '이수 푸르지오 더 플레티움'(203 대 1)을 웃돌았다.

이들 2개 단지는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 지정계획 발표 이후 적용대상 지역 첫 분양이어서 1순위 청약성적이 초미 관심사였다.

전문가 상당수는 상한제 시행 이후 분양가가 현재보다 20% 내외 저렴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 강남권을 중심으로 청약 대기층이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롯데의 '르엘'은 이들의 위축 전망을 무색케 했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에 부정적인 집단은 르엘의 호성적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들은 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부족을 우려, 청약자가 몰렸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들의 논리는 예나 지금이나 '공급부족=집값 상승'이다.

일부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분양권 전매제한 최장 10년과 의무거주기간 3년을 우려, 상한제 시행 이전에 분양가가 높더라도 집을 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면서 '규제'를 표적으로 삼는다.

반면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그들의 주장을 지나칠 리 없다. 이들은 롯데 2곳의 단지 청약성적만으로 상한제의 후유증을 논하는 것이 섣부른 데다 근거마저 미약,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한다.

한문도 한국부동산경제학회 전 회장은 "롯데의 일반분양은 다른 강남권 재건축보다 물량이 극히 적어 상한제 논란의 대상으로 올려놓기는 무리가 있다"면서 "이번 2곳의 분양단지는 거주와 투자의 가치가 탁월, 상한제 시행과 관계없이 강남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으로 서울 개포와 압구정 삼성, 용산 한남 등 29개 동이 지정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으로 서울 개포와 압구정 삼성, 용산 한남 등 27개 동이 지정됐다.

실제 대치와 잠원은 강남과 서초의 교통과 교육, 생활의 중심축이다. 게다가 이들 단지 일반분양물량은 각각 31가구와 135가구에 불과하고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주택형의 일반분양가구는 단 1채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국내외 불경기 흐름을 간과한 개발년대의 생각이다"면서 "강남권의 고가 주택의 실수요층은 갈수록 주는 데다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대부분이 일반분양을 늦추거나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면서 거시적 수급과 거주심리에 대한 성찰을 주문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초기 청약경쟁률은 치열할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경쟁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수요층이 옅어지는 추세에다 가족수와 주거면적도 줄면서 강남 재건축은 과거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앞으로는 중소형 중심에서 소형 중심으로 재편, 강남권에 소형 대세 시대가 도래, 집값의 내림세는 대세라는 것이다.

민영택지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정부와 여권에 민감한 사안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걸기와도 같다.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시장이 냉각될 때 경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2% 성장의 마지노선도 깨질 수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분양가 상한제 투기과열지구 전면 적용에 일정 거리를 둔 이유의 하나로 보인다.

특히 여권은 여소야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년 총선 전략에 일대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값이 떨어진 동네는 역대 총선에서 표로 응징했다. 집값이 떨어지진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는 고배를 마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상한제 시행의 직격탄을 맞을 강남권 4개구에 여권 후보 당선자가 얼마나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가 공급부족을 야기, 집값이 올라간다는 주장을 가장 반길 곳은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이다. 허나 이들은 3기 신도시건설로 집값 하락을 우려한 일산 주민들과 같이 머리띠를 두를 태세다. 

정책에는 절대 고개들지 마라는 건설과 부동산이나 공맹도 잡지 못하는 게 집값이라고 한다. 선량도 관료도 잡기 어려운 게 집값이고 부동산이다. 집값을 확실하게 잡는 것을 외환과 금융 등 양대 위기를 겪은 우리는 학습했다. 불경기 불황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아전인수식 공방을 떠나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가 최선이어야 하는 이유,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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