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9살 여자 어린이 '제시카 런스포드'가 49세 남자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됐다. 범인은 엽집 남자로 아동 성범죄 전과 2범이었다. 사건 이후 플로리다주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담은 법안을 제정했으니 이 법을 이른바 ‘제시카 법(Jessica's Law)'라 부른다. 

2008년 12월 한국, 학교 가던 9살 김 모양이 56세 남자에게 납치되어 강간 당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장기 손상을 입었다. 범인은 성폭력 포함 전과 17범이었다. 법정에서 받은 형량은 겨우 12년 형. 가해자의 나이와 심신미약이 참작의 이유다. 여론이 들끓자 우유부단하던 국회가 겨우 한층 더 강화된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한 때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딴 법으로 불리웠으나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 때문에 가해자의 이름을 붙였으니 이른바 '조두순법'이다.

희대의 성범죄자 조두순은 만기 출소를 1년 남기고 있다. 피해자 가족은 물론이고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재범을 우려하며 공포에 떤다. 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1대1 보호관찰'과 '전자발찌 관리'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아동성범죄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는 여전히 가볍고 무르다. 

지난 19일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고 김민식 군의 부모는 '민식이법'의 조속한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교통사고 예방과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한 달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기국회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정쟁을 핑계로 요지부동이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1%로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무색할 지경이다. '동물국회'니 '식물국회'니 하는 비난도 과찬이다. 당리당략에는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민생에 대한 열의는 없다. 이쯤되면 '좀비국회'라 부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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