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스트레이트뉴스=전성남 선임기자] 22일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이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한 한미 간 현안에서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할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 균열 우려에 대한 급한 불을 끄고 추가적인 상황 악화 방지와 동맹관계의 재확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의 지소미아 유지 요구를 수용한 셈이어서 양국 간 현안을 다룰 때 좀더 명분있게 목소리를 낼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안별로 성격과 쟁점이 달라 이번 결정이 어느 정도 우호적 분위기 형성에 기여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먼저 한미 간 최대 쟁점으로 대두된 방위비 협상의 경우 미국의 공격적 태도가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제외한 미 의회와 전문가들은 미국의 5배 수준으로의 증액 요구가 과도하고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보편적이다.

지난 20~21일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주요 인사들을 만난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전한 면담 결과도 한결같이 현재 미 행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은 과도하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정작 칼자루를 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방위비는 지소미아와 별개라며 대폭 증액 입장에서 요지부동인 것처럼 보인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1일 한국의 원내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동맹의 리뉴얼'(renewal)을 언급하며 어렵고 힘든 협상을 예상했다.

특히 미국은 방위비 분담의 첫 협상 상대인 한국에서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한 뒤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에도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방위비 협상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 한국의 이번 지소미아 결정이 분담금 협상을 악화할 요소를 제거한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강경한 태도 자체를 완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방위비 협상이 미국의 기대만큼 진척되지 못하면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일부 보도는 미당국의 부인으로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미국이 협상장에서 압박용으로 꺼낼 유효한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 역시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어서 지소미아 결정과 무관하게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간 유사성을 부각하며 동참을 유도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한국으로선 어느 수위로 대응할지 고민스런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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