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하게 대립했던 한일간의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가 조건부 유예 형식으로 연장됐다. 그러나 자정되는가 싶었던 양국 갈등이 이후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완벽한 승리"라는 일본의 주장에 한국은 '일본의 사과 입장'이 전제되었음을 강조하며 앞뒤가 다른 일본의 태도에 "견강부회"라고 격분하는 판이다. 간교한 일본의 뒤통수 치기도 얄밉지만 깔끔하게 야코를 눌러주지 못하는 우리 국력의 한계도 절감한다. 누가 맞는지 누가 정답인지 지소미아 유지는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여론과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지소미아가 얽혀들어가고 미국이 훈수를 들며 끼어들더니 급기야 주둔비 인상 카드를 꺼냈다. 우방이니 동맹이니 말만 번지르르하지 눈꼽 만치의 배려도 양보도 없다. 동북아 평화니 국제질서니 하는 구호가 얼마나 허허로운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은 어제처럼 오늘도 맹주들의 치졸한 잔머리와 뻔뻔한 압박사이에서 고군분투다.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도 고려해야 한다.

명나라와 금나라 사이에서 균형과 실리를 우선했던 광해군의 지혜가 절실하다. 병자호란 때의 삼전도의 굴욕도 명심하자. 패권국가들이 일으키는 파고에 뗏목처럼 휩슬리는 신세인 한반도. 뒤집히지 않으려면 노를 잘 젓는 수 밖에 없다. 뗏목의 양쪽에서 합을 맞춰 노를 젓는 협치가 필요한 상황에 명분없는 단식쇼로 개그맨들의 밥그릇 뺏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할것이다.

해방 후 한동안 민중들 사이에 민요처럼 회자되던 말이 있다.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이 시국에 다시 상기시켜 보자.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 일어나고 중국놈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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