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 포스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개봉 6일째 500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이 영화 누적 관객은 500만3433명이다. 애니메이션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은 전편보다 11일이나 빠른 속도다.

전편보다 빠르게 500만을 돌파한 데에는 N차 관람객(다회차 관람객)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J CGV 관객분석에 따르면 개봉 4일째까지(11월 21~24일) N차 관람객은 이 영화 관객 가운데 3.3%였다. 전편의 개봉 나흘째(2014년 1월 16~19일) N차 관객 비중 1.8%보다 높은 수치다.

4DX, 아이맥스, 더빙, 3D 등 관객 취향에 따라 골라보도록 여러 포맷으로 상영 중인 점도 흥행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겨울왕국 2’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흥행은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겨울왕국 2'는 지난 24일부터 2648개 스크린에서 1만6015회 상영됐다. 상영 점유율은 73.9%. 극장에서 영화 10편이 상영된다면 그 가운데 7편 이상이 '겨울왕국 2'인 셈이다.

한 작품이 이처럼 스크린을 장악한다는 것은 다른 영화를 볼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앞서 지난 13일 개봉한 한국 영화 '블랙머니'는 '겨울왕국 2' 개봉 전날까지 하루 80만~90만석의 좌석을 점유하고 관객 수 140만을 넘기며 순항했다. 하지만 '겨울왕국 2'가 개봉하자 좌석은 30만석대, 관객은 6만명대로 급감했다.

실제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 2'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반독과점영대위 고문이기도 한 정 감독은 지난 22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 기자회견에서 "'겨울왕국 2'가 개봉하면서 '블랙머니' 극장 좌석 수가 97만석에서 37만석으로 줄었다"며 "관객 수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하루 만에 이처럼 좌석이 줄어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부 극장은 '블랙머니'를 밤에 2회차 배치했다"며 "'블랙머니'를 보러왔다가 다른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손님이 많이 든다는 것은 그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스크린을 더 많은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불공정한 시장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자본주의 시장에서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법망만 피하면 되는 이런 불공정한 시장을 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스크린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지영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스크린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지영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그는 특히 '왜 외화가 개봉할 때만 스크린 독과점을 문제 삼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동료 영화인들이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여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그들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장수 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도 "'겨울왕국' 1편과 '기생충', '알라딘'은 모두 50일 넘어서 10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열흘 남짓한 단기간에 1000만명을 넘길 정도로 스크린을 독과점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특정 영화의 배급사나 극장의 문제가 아니다. 법과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았다고 과언이 아니다. 극장이 선정한 영화가 아니면 관객들은 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까운 극장에서는 아예 상영을 않거나, 하더라도 조조나 심야 등 보러 가기 불편한 시간대에 배정하는 것은 물론 교차 상영으로 시간을 맞추기 힘들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한국 영화산업을 해치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영화 산업의 경쟁을 제한하고 다양성 영화를 고사시키며 관객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이에 그간 법적· 제도적으로 영화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방안이 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이다. 실제로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지난 수년간 여러 건 발의됐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다.

관객의 수요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규제로 수요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독과점식 배급구조 때문에 작품을 만들어도 상영관에 거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다양한 시도의 영화는 제작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관객을 유치하려는 성급함이 결과적으로 영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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