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합계출산율이 0.88명이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700여명이 줄었으며 2016년 4월 이래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했다는 분석이다. 0.88명이라는 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의 출산가능 자녀 수 1명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며, 현재 대한국민국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 외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 국가로 한국을 꼽으며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출산장려 정책도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노인들 기침소리가 많아지는 것도 걱정인 것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아이 낳기 좋은 나라, 마음껏 뛰노는 나라'를 강조하며 갖가지 공약을 쏟아낸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정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 그렇다면 그 약이 효능과 처방 시기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출산율 하락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거칠게 압축하자면 한마디로 '아이 낳고 키우기 힘들어'서다. 그런데 나라가 하는 일은 무디고 더디기만 하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약효는 둘째치고 의사가 '돌팔이'가 아닌가 싶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청년들의 취업활동과 신혼부부 보금자리 지원, 출산 지원에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없이 몇 푼의 돈으로 젊은층의 인식 개선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순발력있게 움직여야 할 입법기관도 마찬가지다.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여야는 이제서야 법안 처리에 허둥지둥이다. 말도 많고 탈 많았던 '유치원 3법'은 본래 취지와 목적이 희석된 채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 한채 본회의에 회부됐다. '민식이법'도 부모가 무릅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자 겨우 행안위를 통과했다.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코딱지만한 보금자리라도 장만해 애써 아이를 낳았던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유치원에서 학대당하고, 부실한 급식을 먹고, 폭염에 스쿨버스에 갖히고, 학교 앞에서 자동차에 치이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느 부부가 '애국'이랍시고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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