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톡시퀸 존재, 본보 특집기사 이후 우리 국민에 알려져
에톡시퀸은 농약회사 몬산토가 1950년대 개발한 살충제
어분 수입 시 부패와 자연발화 방지용 항산화제로 투입
동물실험에서 쥐와 개에게 완전 상해 일으킨 독성 물질
유럽연합, 심각한 독성 탓에 2011년 이미 사용 완전 금지
유럽식품안전청, 불순물이 돌연변이 일으킬 가능성 인정

국내 양식광어(넙치)에서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허용 기준치에 4배 가까이 검출, 배합사료로 바다와 민물의 고기를 키우는 양식업계와 돼지와 소를 키우는 축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발암물질로 EU등에서 식품 첨가가 금지된 에톡시퀸 양식 어류와 축산 육류는 2개월동안 정부의 무대책으로 시중에 대량 유통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국내 양식광어(넙치)에서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허용 기준치에 4배 가까이 검출, 배합사료로 바다와 민물의 고기를 키우는 양식업계와 돼지와 소를 사육하는 축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발암물질로 EU등에서 식품 첨가가 금지된 에톡시퀸 양식 어류와 축산 육류는 2개월동안 정부의 무대책으로 시중에 대량 유통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국내 양식광어(넙치)에서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다량 검출된 사실이 본보 취재 결과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확대되는 가운데, 에톡시퀸이 어떤 물질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취재 결과, 국내 양식장에서 생산된 광어에서 기준치를 3배 이상 초과한 3.6mg/kg, 3.7mg/kg이 각각 검출됐지만, 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10월과 11월,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살균제 에톡시퀸의 존재가 우리 국민에게 알려진 것은, 본보가 지난 2월부터 노르웨이 연어의 안전성과 관련, 총 10회에 걸쳐 ‘스트레이트 심층기획’ 특집기사 시리즈를 보도하면서부터다.

살균제 에톡시퀸은 어떤 물질?

에톡시퀸(Ethoxyquin)은 세계 최대 곡물・농약회사인 몬산토(Monsanto)가 1950년대에 독성검사도 없이 살충제로 개발한 물질이다. 해외 연구 사례를 보면, 인간의 DNA를 손상시키는 발암물질로 의심받고 있는 독성 물질이기도 하다.

양식산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주로 살충제 및 고무공장용 안정제로 쓰였던 물질이며, 지금도 일부 후진국에서는 그런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야생 어류에서는 미량조차 검출되지 않는다([ST 심층기획] 미국 ‘양식연어, 세계 최악 유독 식품’...한국만 “문제없다”).

아래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가 노르웨이 연어에 함유돼 있는 에톡시퀸을 테스트한 영상이다. 이 영상으로 노르웨이 연어는 물론, 우리나라 광어에서 검출된 에톡시퀸의 유해성을 가늠할 수 있다.

광어 체내에 쌓인 에톡시퀸의 출처는?

국내산 광어 체내에서 검출된 다량의 에톡시퀸. 출처는 양어용 배합사료다. 어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배합사료에는 통상 50% 전후의 어분(생선 분말)이 혼합된다.

국내 배합사료 생산자들은 칠레, 페루, 뉴질랜드 등지에서 어분을 수입해 쓴다. 어분을 수입하는 이유는 사료의 주원료인 생선을 국내에서 잡을 때 발생하는 원가 차이 때문이다.

매년 차이가 있지만, 국내 양식수산물의 총량은 약 10만 톤, 양어용 사료의 총량은 최소 49만 톤에서 최대 60만 톤이다.

그중 생사료는 40~45만 톤으로 약 76~78%, 배합사료는 9~15만 톤(2016년 기준 146,344톤)으로 약 22~24% 정도를 차지한다. 배합사료에 사용되는 어분량은 연간 6만여 톤이며, 매년 5만 톤가량이 에톡시퀸을 함유한 채 수입되고 있다.

배합사료에는 주원료인 어분(생선 분말)이 50%가량 혼합되는데, 국내 배합사료 생산자들은 칠레, 페루, 뉴질랜드 등지에서 에톡시퀸이 함유된 어분을 수입해 사용한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배합사료에는 주원료인 어분(생선 분말)이 50%가량 혼합되는데, 국내 배합사료 생산자들은 칠레, 페루, 뉴질랜드 등지에서 에톡시퀸이 함유된 어분을 수입해 사용한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2018년 7월, 국내 한 업체가 뉴질랜드로부터 수입한 어분(fishmeal)의 성분 분석 자료. 합성 항산화제인 에톡시퀸(Ethoxyquin)과 BHA, BHT의 총합이 271mg/kg으로 표시돼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2018년 7월, 국내 한 업체가 뉴질랜드로부터 수입한 어분(fishmeal)의 성분 분석 자료. 합성 항산화제인 에톡시퀸(Ethoxyquin)과 BHA, BHT의 총합이 271mg/kg으로 표시돼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해외 어장에서 어획되어 사료공장으로 보내진 생선은 가열공정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으로 분리된다. 그 후 분리된 단백질의 변성을 막고 장거리 운송 시 지방의 부패와 산패, 그리고 산패에 이은 자연발화 현상을 막기 위해 합성 항산화제가 투입된다.

항산화제란 일종의 방부제를 말한다. 문제는 DNA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의심받는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이 BHA, BHT 등과 함께 항산화제 용도로 사료용 어분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에톡시퀸, 동물실험에서 간 상해 사실 밝혀져

우리나라의 한국방송공사(KBS) 격인 독일공영방송 ARD(RBB)는 2018년 12월 10일 자사 프로그램 <수퍼.마크트(SUPER.MARKT)>를 통해 독성 살충제 에톡시퀸의 유해성을 다뤘고, 2019년 4월 이 문제를 다시 재조명한 바 있다.

독일공영방송 ARD(RBB) 프로그램 '수퍼.마크트(SUPER.MARKT)'의 진행자 안나 팔켄슈타인(Janna Falkenstein)이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생선인 연어에 ‘독극물 에톡시퀸’이 들어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자료:ARD) ⓒ스트레이트뉴스
독일공영방송 ARD(RBB) 프로그램 '수퍼.마크트(SUPER.MARKT)'의 진행자 안나 팔켄슈타인(Janna Falkenstein)이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생선인 연어에 ‘독극물 에톡시퀸’이 들어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자료:ARD) ⓒ스트레이트뉴스
연구시설에서 10여 년째 에톡시퀸(Ethoxyquin)의 유해성을 연구 중인 독일 생물학자 파비안 쉐퍼(Fabian Schaefer)(자료:ARD) ⓒ스트레이트뉴스
연구시설에서 10여 년째 에톡시퀸(Ethoxyquin)의 유해성을 연구 중인 독일 생물학자 파비안 쉐퍼(Fabian Schaefer)(자료:ARD) ⓒ스트레이트뉴스

10여 년 동안 에톡시퀸을 전문으로 연구해온 독일 생물학자 파비안 쉐퍼(Fabian Schaefer). 그는 에톡시퀸이 동물에 치명적인 물질임을 입증했다.

“여기 한 연구에서 보듯이, 쥐와 개를 에톡시퀸에 일정 기간 노출시켰더니, 완전한 상해가 일어났습니다. 예를 들어서 간을 해친다든지 하는...” -독일 생물학자 파비안 쉐퍼-

수년 간 논란이 지속되자, 유럽연합은 이미 2011년 에톡시퀸 사용을 완전히 금지했을 정도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심각한 독성과 건강에 나쁜 성분들이 들어 있는 물질로 분류됐기 때문이다(독일공영방송 RBB).

에톡시퀸, 유전독소・돌연변이 유발 가능성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는 시멘트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립된 연구는 없다. 페인트나 각종 세제, 일반 생활용품 등에 사용되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화학물질의 엄청난 종류와 총량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에톡시퀸이 인체에 어떤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다. 그러나 연구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수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에톡시퀸의 유해성에 주목하고 있다.

1987년, 에톡시퀸의 잠재적 발암 능력에 대한 연구가 처음으로 실시됐다(Manson et al). 2016년, 노르웨이 ‘국립 영양 및 해산물 조사 연구소(NIFES)’의 빅토리아 본(Victoria Bohne) 연구원은 아래와 같은 에톡시퀸의 독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노르웨이 NIFES의 연구원 빅토리아 본이 에톡시퀸을 연구한 결과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노르웨이 NIFES의 연구원 빅토리아 본이 에톡시퀸을 연구한 결과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노르웨이 ‘국립 영양 및 해산물 조사 연구소(NIFES)’의 빅토리아 본(Victoria Bohne) 연구원이 스위스 ‘식품검사 및 수의학연구소(Swiss Institute for Food Testing and Veterinary Affairs)’에 의뢰해 테스트한 결과, 야생 어류에서는 에톡시퀸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양식 어류에서는 다량의 에톡시퀸이 검출됐다(‘유기적’은 ‘유기농’이라는 의미이지만, 양식 어류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에톡시퀸 검출).(자료:ORF2 TV/The Project Avalon Forum)
노르웨이 ‘국립 영양 및 해산물 조사 연구소(NIFES)’의 빅토리아 본(Victoria Bohne) 연구원이 스위스 ‘식품검사 및 수의학연구소(Swiss Institute for Food Testing and Veterinary Affairs)’에 의뢰해 테스트한 결과, 야생 어류에서는 에톡시퀸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양식 어류에서는 다량의 에톡시퀸이 검출됐다(‘유기적’은 ‘유기농’이라는 의미이지만, 양식 어류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에톡시퀸 검출).(자료:ORF2 TV/The Project Avalon Forum)

특히 네 번째 결과에 대해,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동물과 인간의 유전물질에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불순물 피-페네티딘(p-phenetidine)이 존재할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발간한 바 있다. 에톡시퀸에 의한 돌연변이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에톡시퀸, 독성 있고 발암성일 가능성

독일 키엘(Kiel)대학교의 독성학・약리학과 에드먼드 매서(Edmund Maser) 교수와 폴란드 우지(L∅dz)대학교의 연구자 알리나(Alina Blaszczyk)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에톡시퀸 대사산물인 퀴논 이민(ethoxyquin quinone imine)은 DNA와 결합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발암성일 수 있다." -에드먼드 매서 교수-

“에톡시퀸은 염색체 내에서 염색체 이상과 구멍내기, 골절 유발을 시도한다. 우리는 이 물질이 화학적으로 독성이 있으며, 인간의 염색체와 림프구에 있는 DNA를 파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알리나 연구원-

에톡시퀸(Ethoxyquin)의 독성에 대해 디셀루스(Dieselruß)지와 인터뷰 중인 독일 키엘(Kiel)대학교 독성학・약리학과 에드먼드 매서(Edmund Maser) 교수(2018.04.13)(자료:Dieselruß by Thomas Eisenkrätzer) ⓒ스트레이트뉴스
에톡시퀸(Ethoxyquin)의 독성에 대해 디셀루스(Dieselruß)지와 인터뷰 중인 독일 키엘(Kiel)대학교 독성학・약리학과 에드먼드 매서(Edmund Maser) 교수(2018.04.13)(자료:Dieselruß by Thomas Eisenkrätzer) ⓒ스트레이트뉴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에톡시퀸(Ethoxyquin)이 인간 DNA를 파괴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사실상 인정했다.(자료:ARD) ⓒ스트레이트뉴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에톡시퀸(Ethoxyquin)이 인간 DNA를 파괴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사실상 인정했다.(자료:ARD) ⓒ스트레이트뉴스

해외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에톡시퀸(ethoxyquin)은 유럽연합(EU)이 이미 사용을 금지했고,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인간의 DNA를 파괴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사실상 인정한 독성 화합물이다.

또한 대사산물인 에톡시퀸 퀴논 이민(ethoxyquin quinone imine)과 사료 제조 과정에 생성되는 불순물 피-페네티딘(p-phenetidine)은 유전될 수 있고, 염색체 이상과 구멍내기, 골절 유발을 시도하며 인간의 염색체와 림프구에 있는 DNA를 파괴한다.

에톡시퀸 ‘원물질’과 ‘대사물질’, 그리고 ‘불순물’까지 모두 위험하다는 경고다. 그러나 국내 연구는 전무하다. 단 하나의 화학물질조차 다른 물질과 결합해 발암물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물질뿐 아니라 대사물질과 불순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 학계의 심층연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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