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먹으러 갈래?"

어느날 불쑥 엄마가 꺼낸 제안에 얼떨결에 따라 나섰던 소년은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난 단지 돈가스가 먹고 싶었을 뿐······'

소년은 억울하고 분했다. 경양식집에서 맛나는 돈가스를 먹긴 먹었지만 그 전에 들른 곳은 병원. 거기서 거사는 치러졌고 소년은 아픈만큼 성숙해졌다. 어지간한 성인남자라면 다 이해하는 고래잡이 이야기, 바로 포경수술에 대한 추억이다.

다 자란 소년은 어느새 이제 한 집안의 가장이자 직장에서는 중간관리자다. 샌드위치처럼 끼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회사생활. 더럽고 치사해서 사장놈 면전에 멋지게 사직서를 던지고 쿨하게 회사문을 박차고 나서...는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자식새끼 먹여살리고 주택담보대출도 막아야 하니 눈물을 꼬불치고 버티는 수 밖에 없다. 회식 공지만 나면 내빼기 바쁘던 후임들이 오늘은 웬일인지 2차 노래방을 자청한다. 오냐 간만에 꼰대의 노래실력을 보여주마. '남행열차'는 지겹고 '말달리자'는 버겁다. 다수대중에게 사랑받는 만만한 노래를 선곡해야 한다. 그래 오늘은 이거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유재수 감찰 무마'와 '청와대 하명수사' 건으로 검찰의 칼바람이 매섭다. 청와대와 경찰이 각자의 진영을 구축하고 맞서는 상황에서 검찰수사관의 자살 사건이 터지더니 이번에는 '고래고기 사건'이 튀어 나왔다. 연해를 헤엄치던 어여쁜 밍크고래가 동강난 고기가 되어 냉동창고에 쳐박히는 것도 안타깝지만,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을 피의자인 업자에게 돌려주고, 비위를 포착한 경찰의 영장을 기각한 검사의 행태는 어처구니없고 비상식적이다. 이 사건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틀어쥔 검찰의 오만한 권력남용과 첨예한 검경갈등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인왕산과 여의도를 아우르며 거침없이 칼춤을 추는 검찰. 영화 와호장룡의 배우들처럼 우아한 액션을 연출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잡히는 화면에는 짜장면과 고래고기가 소품처럼 삐져나온다. 잠깐, 지금 짜장면이라고 했던가? 쉿, 총장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렇다면 다음에는 돈가스가 나올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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