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파생결합펀드) 피해자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DLF(파생결합펀드) 피해자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원금 손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해 판매 금융사들이 투자손실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야기해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은 5일 해외금리 연계 DLF로 손실을 입은 6건의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

이날 분조위에 회부된 6건은 현재 금감원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276건을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나눈 사례들이다. 나머지 사례들은 이들 6가지 사례에서 나타난 배상 기준에 따라 판매 금융사와 투자자 간 자율조정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분조위에 회부된 6건 모두를 불완전판매라고 봤다. DLF 가입이 결정되면 은행 직원이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한 것은 불완전판매 중 적합성 원칙 위반이라는 판단에서다.

초고위험상품인 DLF를 권유하면서도 '손실확률 0%', '안전한 상품' 등 표현만 쓸 뿐 '원금전액 손실 가능성' 등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봤다. 특히 상품의 출시·판매 과정 전반에 걸친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영업점 직원의 대규모 불완전판매를 초래해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점을 처음으로 배상 비율에 반영한 것이다.

금감원은 6건의 사례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개별 사례별로 보면 80%, 75%, 65%, 55%, 40%(2건) 비율이 설정됐다. 기존에 이론적인 마지노선이 70%였던 점에 비추보면 80% 배상비율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치인 셈이다.

금감원은 기본배상비율 30%에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 25%를 더한 후 개별사례에 따라 배상비율을 가감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기본배상비율이란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를 위반한 데 대한 부분이다. 여기에 내부통제 부실책임(20%), 초고위험상품 특성(5%)을 더했다. 아울러 은행의 책임 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개별적인 배상 비율이 결정된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설명을 소홀히 한 경우나 모니터링콜에서 '부적합 판매'로 판정됐음에도 재설명하지 않은 경우 등은 은행의 책임 가중사유가 된다는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상품 거래 경험이 많거나 거래금액이 크다면 은행의 책임 감경 사유가 된다. 은행이 적합성이나 설명 의무 등을 모두 준수했다면 배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

분쟁조정 신청자와 은행이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이번 조정이 성립된다.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발생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리연계형 우리·KEB하나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리연계형 우리·KEB하나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판매 은행은 이번 분조위의 결정을 적극 수용할 뜻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분조위 결정에 최대한 협조하고 조속한 배상 절차를 진행해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역시 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배상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발표한 재발 방지 방안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은행은 지난 10월 초 분조위 수용 방침을 밝히고 성과평가제도(KPI) 전면 개편 등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해 고객에게 펀드 가입 전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투자 숙려제도'와 상품 가입 후 일정 기간 내 이를 철회할 권한을 주는 '고객 철회제도'를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고객에게 판매한 투자상품이 불완전판매로 판단될 경우 고객에게 철회를 보장하는 리콜제(책임판매제도)를 시행 중이다. 고위험 투자 상품을 판매했을 경우엔 이후 전문가가 검토해 상품 판매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DLF 피해자들은 분조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 측은 이번 분조위 결정에 대해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20%밖에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분조위가 다룬 6건의 사례에 대해선 은행이 투자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그 외 사례에서는 20%밖에 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은행이 우리를 속였다'는 점에서 분노가 크다"며 "투자자 중에는 치매 노인 환자, 자필 서명이 없어 상품 가입이 무효인 사람도 있는데 분조위는 아직도 투자자 자기 책임의 원칙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조위의 실효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금감원이 은행에 일괄배상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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