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전통시장 화재 무방비…수백억 예산 2년째 '꽁꽁'
한겨울 전통시장 화재 무방비…수백억 예산 2년째 '꽁꽁'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19.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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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영하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한겨울 화재에 가장 취약한 전통시장의 상인이 무방비 화재 위험에 떨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와 일선 소방기관이 겨울철 화재점검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정작 화재사고 예방을 위한 200여억원의 관련 설비예산이 관련 부처의 엇박자와 업계의 이해 충돌로 집행되지 못하면서 한겨울 전통시장의 화재가 발등의 불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이 당초 목표와 달리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특정 업체 밀어주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정된 소방법령에 따라 소방재난 전용 주파수 447MHz 대역을 활용한 제품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6월 20일 발표한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 사업은 전통시장에 화재알림시설설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조기에 발화요인을 감지하고 소방서와 상인에게 통보해 화재 초기 진압 등 즉시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원 조건은 점포당 총사업비 80만원을 한도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비로 70%에 해당되는 56만원을 지원하고, 지자체와 사업주가 30%에 해당하는 24만원을 부담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지자체가 20%를 부담하고 사업자가 10%를 자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지자체는 30% 전액을 부담해 사업자 부담은 제로인 경우도 있다.

한겨울 전통시장 화재 무방비에도 수백억 예산 또 겨울잠

전통시장 사업주들은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된 화재 알람시설의 오작동 현상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사업주들은 복잡한 유선 배선공사로 장사 방해를 받는 현상을 회피하기 위해 무선 방식의 화재알람시설 설치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11월 중순까지 이런 조건을 충족하면서 개정 소방법에 따라 형식승인을 받아 시판되는 화재 속보설비 등의 제품은 없었다.

이런 사유로 중소벤처기업부가 편성한 2018년 예산은 91.1억원은 대부분 불용처리 됐고, 2019년 예산 132억원도 11월말까지의 집행실적은 거의 전무했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들은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현장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과 소방방재청과의 사전 업무협의가 부실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당초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무선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로라(LoRa) IoT 기술 방식 등을 채택한 제품도 설치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상용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잼 현상 등으로 인한 화재감기 신호 전달 문제 발생 등을 우려, 소방방재 전용 재난 주파수 447MHz 대역을 활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형식승인을 해주고 있다.

매서운 영하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한겨울 화재에 가장 취약한 전통시장의 상인이 무방비 화재 위험에 떨고 있다.
매서운 영하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한겨울 화재에 가장 취약한 전통시장의 상인이 무방비 화재 위험에 떨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지자체 곳간에 쌓아둔 예산이 썩어버리기 전에 조기 집행하라고 아우성을 떨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금년 4월 말까지 개정된 기준에 따라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금년도 예산 집행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소방방재청과의 업무협의를 통해 기준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5월 1일부터 개정된 소방법(2017.12.6.)에 따라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도 설치 가능하다는 취지로 수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회와 언론으로부터 불용처리 관련 질타를 회피하기 위해 수정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설치 요건을 완화시켜준 점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 다수의 형식승인 받은 제품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당연히 조속히 재수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야 마땅할 것이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소방관련 주무부처인 소방방재청도 법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핑계로 뒷짐을 지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생색내기식의 탁상 행정처리

소방방재청은 2018년 6월 26일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이 특정소방대상물의 규모/용도 및 수용인원 등을 고려하여 갖추어야 하는 소방시설의 종류’를 개정해 화재속보설비 설치 의무대상에 전통시장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은 법정의무가 아닌 자율 시행 사업이기 때문에 소방방재청의 소방관련법상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벌률 불소급 원칙에 따라 과거에 지정된 전통시장은 법정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2006년에 제정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지자체 장이 지정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형마트의 지역상권 침투와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로 다수의 전통시장이 존폐위기에 처해 있는데, 향후 전통시장으로 새롭게 지정될 전통시장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한겨울 화재에 가장 취약한 전통시장의 화재예방 홍보에 나선 일선 소방서
화재에 가장 취약한 전통시장의 화재예방 홍보에 나선 일선 소방서

결국, 소방방재청의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형식적 생색내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한, 이를 구실로 소방방재청은 전통시장이 자율설치 대상이라는 구실로 소방재난 주파수 447MHz 대역을 채택하지 않아 형식승인을 받지 못한 제품의 설치에 눈을 감아 준 것이다. 전형적인 면피성 탁상행정이라 할 수 있다.

지자체, 화재알림시설 입찰제안서 '요지경'

금년 11월 말 경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은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 관련 입찰제안서들을 우후죽순 쏟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방재청은 법정의무 설치대상이 아닌 자율 설치사업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미 빌표한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수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자체가 중소벤처기업의 예산 지원을 받아 책임을 지고 집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세부적 사안에 대해 간섭할 수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발표한 다수의 입찰제안서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노정돼 있다.

첫째, 중소벤처기업부는 447MHz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이 전통시장에 설치될 수 있도록 재수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도 여러 업체의 형식 승인을 받은 제품이 여럿 출시되고 있고 조만한 다수의 업체가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화재 안전 강화를 위해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당연히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는 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야 마땅할 것이다.

둘째, 소방재난주파수 대역인 447MHz을 채택하지 않고 로라(LoRa)망을 사용해 화재속보신호가 제대로 소방관서에 전달되지 않거나,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무선 중계기 또는 속보기 사용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자율설치 대상이라고 면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 로라망은 상용주파수 대역이기 때문에 전통시장 사업주들은 추가적으로 통신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 소방재난용 주파수를 사용할 경우 통신비용 부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넷째, 해당 사업이 감지기, 중계기 및 속보기 등의 제품 판매인지 서비스 제공 사업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다. 도난방지서비스의 경우 통신용 단말기를 제공받고 있지만, 사업주는 월 사용료를 부담할 뿐 단말기 등의 장비구입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라장터를 통해 발표한 모든 입찰제안서는 서비스제공이 아닌 제품 판매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섯째, 제품제조 업체, 소방시설면허보유업체, 정보통신공사면허 보유업체 및 소프트웨어 인증기업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게 입찰자격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 화재감지기, 중계기 및 속보기는 소방관련 설비이기도 하지만 정보통신설비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련 면허를 보유한 업체가 공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속보설비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인증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속비설비는 플랫폼으로 운영비용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부담 문제도 불분명하다.

여섯째, 화재감지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 부실하다. 화재감지 오작동으로 소방차가 출동한 경우, 예산 낭비 등의 문제도 있지만 전통시장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화재감지설비는 연기, 열, 그리고, 불꽃 중 어느 하나만 감지하면 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생선 굽는 연기 발생이나 라이터불 감지 등으로 오작동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두 개 이상을 감지했을 때 화재속보를 전달하도록 기술 요건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해마다 전통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영세 소상공인들이 길바닥에 내몰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수년간에 걸쳐 전통시장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옳지 않을까?

아울러, 오랜 기간 동안 비용과 각고의 노력을 투입해 기술 개발을 하고 어렵사리 형식승인을 받아낸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현상을 보면서, 문재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혁신성장’이란 구호가 생뚱맞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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