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새 신임 총리에 산나 마린 교통부 장관이 선출됐다는 외신이 들려온다. 34세인 그는 핀란드의 세계 최연소 행정부 수장이자 핀란드 역대 3번째 여성 총리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남성 최연소 총리는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33세)였지만 사퇴한 후, 지금까지 현역 최연소 총리로 우크라이나의 알렉세이 곤 차룩(35)이 기록(?)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이'에 관한 질문에 산나 마린 총리는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나이와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렇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고 총리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그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의 신뢰에 답하는 정치(행정)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다시 주파수를 돌려보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년'을 대우하고 우선하겠다는 북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청년을 위한 정책은 마치 먹다남긴 떡부스러기처럼 예산안에서 찬밥 신세다. 신선함을 내세워 정치권에 입문해 사진 찍을 때 들러리나 서다가, 공천도 못 받고 낙오된 젊은 정치인(지망생)들이 부지기수다.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당선 나이 29세) 정도가 이 노쇠한 정치판에서 아직 살아남았다. 이 젊은이들이 능력이나 신뢰가 없어서 낙오됐을까? 아니다, 능력을 발휘할, 신뢰를 얻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즉, 국회에 이들을 위해 준비된 빈자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이 58세라고 한다. 행정관료(장관)는 평균 60세다. 청년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어느 자리에서 "유권자의 30%가 2030인데 국회의원 중 2030은 3명에 불과하다”며 한탄하며, 총선 때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바야흐로 '100세 인생 시대'인데, 미우나 고우나 정치판에서 지금껏 굴러먹은 '짬밥' 인정 좀 받으면 안 되냐는 주장도 있겠다. 그러나 나이를 의심케 하는 민망한 막말과 비속어를 쏟아내고 '감히'를 남발하고 권위나 내세우는 것이 지금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노쇠한 정치인들이, 노쇠한 생각으로, 노쇠하지만 투표율 높은 유권자들만을 의식한, 노쇠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볼 문제다.

대한민국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는 핀란드의 산나 마린이나 프랑스의 마크롱 처럼 파격적으로 젊은 정치인 리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를 위한 젊은 생각과 젊은 정책을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어서 빨리 청년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당장이라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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