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꺾고 60년만에 동남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국을 무너뜨리고 기세등등하게 결승전에 오른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박항서 감독의 완벽한 작품이었다. 베트남 국민들의 열광은 당연하다.

며칠전 손흥민 선수가 유럽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경이로운 골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상대팀 수비수를 뿌리치고 폭풍처럼 70미터를 질주해 골로 연결시키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다. 우리는 '월드 클래스' 손흥민의 플레이에 감탄하며 골 장면을 보고 또 본다.

작년 AFC U-23 결승에서 준우승에 머문 베트남 선수들에게 박항서 감독은 "고개 숙이지 마라"고 다독거렸다고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베트남 국민들은 충분히 감동했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요란을 떠느냐고 입을 삐죽거리던 사람들도 국가대항전만 벌어지면 어김없이 티비 앞에 앉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한다. 국민을 단합시키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에 스포츠 만한 것도 없다.

2002년 월드컵 때의 그 뜨거웠던 열정을 기억하리라. 야구월드컵에서 일본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약속의 8회'도, 너무나 아름다웠던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도 기억한다. 올림픽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의 땀의 가치를 알고 선수들과 함께 응원하고 함께 달린다.

구한말 시절, 고종황제가 산책 중 테니스를 치고 있는 외국 공사관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하인에게 시키지 왜 고생을 하시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몸 움직이기 것을 싫어했다는 것은 누가 만들어 놓은 편견일까. 왕족이나 귀족들의 게으름과 운동부족은 다른 나라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역사 속에서 그 무수한 외세의 침략을 이겨낸 물리적인 운동신경과 체력이 우리 DNA에 녹아 있거늘, 우리나라 선수나 감독이 활약하고 주목 받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음껏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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