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저잣거리 소인배부터 얼치기 검객들까지 객잔문을 들락거린다. 저마다 가벼운 입과 어설픈 검술로 요란하게 허세를 떨어댄다. 이곳은 늘쌍 욕지거리와 주먹다짐이 비일비재한 곳으로 시비가 심해지면 기어코 칼싸움으로 번져 둘 중 한 명이 죽거나 다친다.

가끔 은둔고수가 목을 축이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하수들 싸움에 휘말려 횡액을 당할까 조용히 사라진다. 고수는 아는 것이다. 중원은 넓고 자기보다 높은 고수는 사방에 널렸다는 것을, 소맷자락을 휘둘러 태풍을 부르고, 말 한마디로 적의 간담을 얼어붙게 만드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바람 부는 중원의 한복판, 여기 바늘방석이 얹힌 딱딱한 나무의자가 두 개 있다. 불편하지만 누구나 앉고 싶어하는 자리,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면 꿈도 못 꾸는 자리, 이 자리를 입법과 행정 두 분야를 오가며 몇 십 갑자의 내공을 쌓은 두 명의 초절정 고수가 서로 자리를 바꿔 앉을 참이다.
 
정세균 전 의원의 총리 행과 이낙연 총리의 총선 행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이들의 과거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명은 산자부 장관 출신의 경제통임과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때 망치를 두들긴 전임 국회의장이다. 다른 한 명은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야당 하수 의원들의 야코를 죽이고 만기친람이자 최장수 총리로 일컬어지는 호감도 1위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정 전 의원이 총리 명패를 획득하기까지에는 아직 인사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있다. 야당의원의 암수에 걸려 총리행이 좌절되는 뜻밖의 상황만 전개되지 않는다면 그의 총리행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의 주요 행정이 오롯히 그의 어깨위에 얹힐 것이다. 자리를 물려준 이 총리는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물론 '종로구' 등을 비롯한 격전지 출마라는 '옵션'도 포함되어 있다.    

아비규환 연말 정국 속 두 명의 '에이스'를 포섭한 민주당은 득의양양할 것이다. 저잣거리를 몰려다니는 소인배들처럼 떠들다가 점수만 까먹는 건너편 하수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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