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사망 사건에 노동계 고용・임금 불안정 문제 제기
마주・조교사・기수・말관리사 소득 위한 보전경주 미시행
기수와 조교사, 말관리사 직접 고용하는 국가 없어
기수의 소득 불안정, 기수단체 상대 협의 상당 부분 근접
수사결과와 의견수렴 통해 조교사 개업심사 공정성 확보
마사회, ‘불법・부정경마 근절’과 ‘파이 키우기’ 서둘러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지난 11월 29일 오전 5시 20분경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 소속 문중원(40) 기수가 기수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노동계를 중심으로 고용 및 임금 불안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마사회 관계자를 만나 입장을 들었다.

_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정말 안타깝다. 유가족 분들, 동료 기수분들, 관계된 분들께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승마와 경마를 사랑해주시는 국민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 재차 드리고 싶다.”

_보전경주에 대해 말이 많다. 보전경주가 뭔가?

“마사회는 연간 계획대로 경주를 시행한다. 경주에서 집행되는 경마 상금은 마주와 조교사, 기수, 말관리사들에게 중요한 소득 재원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경주를 시행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서 경주를 시행한다. 그게 보전경주다.”

_보전경주를 20일에 시행하려다가 입장을 바꿨다.

“11월 29일 당일 경주를 취소했다. 고 문중원 기수를 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에 마주와 조교사 등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12월 20일에 실시하려다가, 다시 유가족들의 아픔과 동료 기수들 입장을 고려해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야간경마에서 순위를 다투는 경주마들 ⓒ스트레이트뉴스DB
야간경마에서 순위를 다투는 경주마들 ⓒ스트레이트뉴스DB

_노동계를 중심으로 기수와 조교사, 말관리사를 왜 마사회가 직접 고용하지 않는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프로축구협회가 있고, 각 구단, 그러니까 선수단이 있다. 협회는 경기를 개최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한다. 각 선수단은 우승을 위해서 뛴다. 경마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마사회가 경주도 개최하고 출전도 전담했지만, 1993년부터 그걸 완전히 구분했다.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_그럼 마주와 조교사, 기수는 선수단 개념인가?

“그렇게 보면 된다. 프로축구나 프로야구 선수단에 감독이 있고, 수석 코치가 있고, 트레이너가 있고, 팀닥터가 있고, 선수들이 있는 것처럼, 경마에서도 마주와 조교사와 기수는 각자가 독립되어 있으면서 선수단을 구성하고 있다. 똑같은 개념이다.”

_우리나라만 그런가? 경마 선진국 상황은 어떤가?

“경마 종주국인 영국은 물론이고, 경마대국인 프랑스와 독일, 홍콩, 싱가포르, 호주, 그리고 가까운 일본도 모두 우리와 동일한 방식이다. 조교사와 기수, 말관리사를 국가가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한 군데도 없다. 왜냐하면 각국의 경마회가 경주도 개최하고 출전도 관리할 경우,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_기수들과 말관리사들은 고용이 불안정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그런 문제가 있었다. 작년에 우리 마사회가 중재에 나섰다. 부산경남의 경우, 전에는 조교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올해 10월부터 그걸 협회가 고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그래서 고용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_임금이 낮다는 얘기도 계속 나온다. 기수 연봉은 어떻게 되나?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프로축구 선수가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기수도 개인사업자라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기록했는가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렇다. 연봉은 프로축구나 야구에 비해 적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총 90명의 기수가 활동 중인데, 평균 연봉은 1억2,000만 원 선이다.”

ⓒ스트레이트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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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경주에 참가했는데 성적이 나쁘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경마 상금을 탈 수 없으니 불안정하긴 하다. 그렇지만 경마 상금과 관계없이 경주마를 훈련을 시키기만 해도 최소한 월 250만 원은 보장된다. 부상을 당했을 때도 기본소득으로 월 270만 원이 보장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득 불안정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좀 해결하기 위해서 기수단체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협의가 어느 정도 근접해 가고 있으니 조만간 잘 합의가 되기를 기대한다.”

_말관리사들 상황은 어떤가?

“서울에서 근무하는 말관리사들은 480여 분인데, 평균 연봉이 7,400만 원 정도 되고, 부산경남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310여 분에 5,500만 원 정도 된다.”

_조교사 개업심사 얘기가 나왔다. 무슨 심사인가?

“기존 조교사가 은퇴하거나 해서 결원이 생길 때, 서울과 부산, 제주 경마장 단위에서 실시하는 심사를 말한다. 마사대부심사라고 한다.”

_심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예전에는 심의위원회가 조교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정량평가를 하고, 내부의 위원들이 단순 문답식 면접을 해서 선발했다. 그게 2013년부터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심의위원회에 외부위원도 참여시키고 정량평가 요인도 근속연수, 위탁마 두수, 이렇게 좀 다양화하고, 사업계획까지 복합적으로 평가해서 선발하고 있다. 현재 정량평가는 80%, 정성평가는 20%를 반영하고 있다.”

_그런데도 고 문중원 기수가 언급했다. 그건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얘기 아닌가?

“일단 단순한 연공서열이나 면허소지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던 과거에 비하면 공정성이 상당 폭 확대된 것이다. 외부위원을 참여시킨 것도 공정성이 조금 더 높아진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고 문중원 기수가 언급한 만큼,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면허를 가진 분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해서 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_현재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우리가 경찰에 사건을 의뢰했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수사 결과 위법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마주와 조교사, 기수단체와 논의해서 심사제도와 상금제도 등에 대해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아시아경마연맹 불법도박 근절 TF에서 한국의 불법경마 단속사례와 대책 등을 발표하는 마사회 관계자(2019.04.11) ⓒ스트레이트뉴스DB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아시아경마연맹 불법도박 근절 TF에서 한국의 불법경마 단속사례와 대책 등을 발표하는 마사회 관계자(2019.04.11) ⓒ스트레이트뉴스DB

한국마사회, 보다 큰 틀에서 대책 들여다봐야

일부 언론은 고 문중원 기수가 불법・부정 경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조교사 채용시험에 번번이 탈락했다“고 전했다.

조교사와 기수, 말관리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이유도 명확하고, 고용 및 임금 불안정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마사회가 도덕적인 책임에서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다. 건전한 국민레저의 정착을 위한 공동체의 구성원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불법・부정 경마 근절’과 함께 국민과 더불어 성장ㆍ발전하는 건전한 국민레저로서 경마의 '파이 키우기’라는 보다 큰 틀의 난제가 숨어 있다.

불법・부정 경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마사회는 경찰과 함께 불법・부정 경마, 특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불법・부정 경마 단속에 애쓰고 있지만, 불법과 부정의 속도를 따라붙기조차 버겁다.

그 틈에 마사회 매출 규모는 2012년 7조8,397억 원을 기록한 후 지속 하락해 7조3,000억 원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불법 경마는 13조5,000억 원까지 날아올랐다. 파이가 적어지다 보니 나눌 몫이 줄어든 것이다. 시스템에 뚫린 구멍이다.

한국마사회는 불법의 온상인 온라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경마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내는 작업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온라인을 제어하지 못하고 파이 키우기에 실패할 경우, 고 문중원 기수처럼 가슴 아픈 사태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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