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에 갈등과 치유, 희망의 지혜

김광만(호남대 전 초빙교수)
김광만(호남대 전 초빙교수)

갈등(葛藤)이란 칡과 등나무를 의미 하는 것으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등이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마음속에 상반되는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나 의지 따위가 동시에 일어나 갈피를 못 잡고 괴로워함이란 심리적 측면에서의 정의도 있다.

갈등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지난 한 해 에만 1만 3670명이다(2018년 사망원인 통계, 통계청). 꽃다운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세를 타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연예인인 설리, 구하라 그리고 차인하는 이 같은 대표적 케이스로도 꼽힐 수 있다.

자살 시도자의 수는 자살자 수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중앙 자살 예방센터). 이런 통계 치들은 갈등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가 죽음보다 무거울 때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갈등의 원인 가운데에는 개인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해결할 수 없는, 국가가 법률과 정책으로 해결해 주어야 하는 영역들이 있는데 이 같은 일을 처리토록 국민들이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세금을 내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세비와 간접경비 혹은 급여와 마이너스 상태인 연금까지 지급해 주는 주체가 국민이라고 정말로 생각한다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자살 시도자, 자살자의 10배

갈등 무게가 죽음보다 더 무겁다

그렇지 못하고 선거철에만 머리를 조아리는 일부 정치인들은 갈등의 또 한 축 일 수 있고, 종종 마주치는 현실과 괴리가 있는 정교하지 못한 법규, 시행령 등도 국가가 일으키는 갈등이 될 수 있다는 걸 부인 할 수 없다.

이와 다른 또 다른 종류의 갈등은 국가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성격의 개인적 갈등이다. 상대가 있는 갈등은 풀 수 있는 한 노력해야 하지만 이웃에 있는 일본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이사할 수 없듯이, 갈등의 진원지를 없앨 수 없다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광만 전 초빙교수 페이스북 캡쳐
김광만 전 초빙교수 페이스북 캡쳐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라는 제목의 이어령 교수의 글에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개인적 갈등을 치유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안내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대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이 분은 올 1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암 투명 중임을 알리며 “의사가 내게 암입니다 라고 진단 결과를 알려주었을 때 놀라기는 했지만 절망하지는 않았다. 의사의 통보는 오히려 내게 남은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항암 치료를 받는 대신 병을 관찰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이어령, 암은 늦은 나이에 찾아온

초대받지 않은 친구

그는 현재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 등 어떤 치료도 받고 있지 않다. 이분에게 있어 암은 갈등의 원인인 재앙이 아니라, 늦은 나이에 찾아온 초대받지 않은 친구일 뿐이다.

암과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해서 암이 순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암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무찔러야 할 침입자를 친구로도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배우게 된다.

프랑스 파리의 명소인 에펠탑은 지난 19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건립됐다.

에펠탑의 건립을 반대했던 소설가 모파상은 매일 점심식사를 탑 안의 식당에서 했다고 한다.

모파상,

건립 반대한 에펠탑 내 식사,

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

그런 그를 보고 “에펠탑의 건립을 반대한 분이 왜 탑 안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냐?”라고 누군가가 묻자, 모파상은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에펠탑처럼 없앨 수 없는 갈등이라면, 대안을 찾아야 하고, 자포자기 상태로 포기하고 살아가기를 원치 안는 한 갈등과 동행자가 되든 극복하든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는 암시다.

갈등의 원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에펠탑 안으로 들어가듯이 나의 시야나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수 있는 갈등들도 꽤 있음을 알 수 있다.

돈은 분명 시대를 뛰어넘는 갈등의 진원지다. 하지만 ‘더 많이 갖아야 더 행복할 수 있다’ 고 유혹하는 이 시대의 부추김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용량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 하게 된 사람들의 비참한 말로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2019년 갈등, 결자해지로

희망의 2020 맞이를  

너무 진부한 말일 수도 있지만 “행복은 만족에 있다”라는 금언에 더 마음이 간다.

재물을 더 많이 갖는 것 보다는 돈을 보람 있게 잘 쓰는 것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한다는 평범한 삶의 깨달음은 그렇게 살아보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훈장이다.

고속도로에서 앞 차의 흐름이 막혀도 개의치 않고 2㎞만 주행선으로 계속 주행을 해 보면, 추월선을 경쟁하듯 질주하는 다른 차량들의 그 서두름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나 스스로의 시선이나 관점을 바꾸어도 요지부동인 갈등의 원인들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갈등들까지 해를 넘기며 더 이상 끌어안고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며, 12월의 남은 날들을 헤아려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위대한 희망을 갖고 2020년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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