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되면서 앞으로 아시아나에 불어올 '바람'에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현산 컨소시엄)은 오는 27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HDC그룹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선 현대산업개발은 인수금액 2조5000억원 중 3200억원만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에 투입하고 2조원이 넘는 금액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 자금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면 아시아나항공 자본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1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후 노선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 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보유 현금이 없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그룹과 재무적 투자가인 미래에셋의 출혈없이 아시아나항공을 통째 인수하려는 수법이다. 소위 봉이 김선달식 M&A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달 1일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기종 수는 12종(86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21개국의 63개 도시, 74개 국제선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국내선 노선은 11개다. '노 재팬(No Japen)'의 여파로 일본 노선이 위축된데다 이미 동남아 노선 등에서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이 극심한 만큼 향후 적자 노선의 조정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범현대가의 지원도 관심사다. 범현대가에 속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모두 항공 물류 기능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항공사를 보유한 계열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사실상 80∼90%가량을 점유했던 상용 수요에서도 범현대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실상 30% 이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명칭과 기업 이미지(CI) 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명칭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상당히 좋은 브랜드 가치 쌓아왔다"며 "현재로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HDC그룹 내 계열사 대부분이 HDC현대산업개발, HDC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 'HDC' 이름을 달고 그룹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HDC아시아나항공' 등으로 바꾸고 소속감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윙'(날개) 마크는 떼고 조만간 새 CI를 선보일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향후 조직 개편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인력조정 등 구조조정은 현재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통상 기업 매각 후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창수 사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한 사장만큼 을 찾기 힘든 데다 HDC그룹이 항공업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을 속속들이 아는 전문 경영인 한 사장의 예정된 임기(2022년 9월)를 보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달리 초반부터 HDC그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한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을 대거 교체해 금호의 색깔을 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의 막판 쟁점이었던 손해배상한도는 9.9%로 최종 합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주체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현산 컨소시엄은 최근 우발채무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한도를 구주 가격의 9.9%(약 317억원)로 명시하는 데에 합의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앞서 진행된 예비실사에만 7주가량을 소요해 이번 인수·합병(M&A)에서는 본실사를 생략한 만큼 본실사에 의한 가격조정 역시 생략됐다. 이에 따라 매각 협상 후의 인수가 가격 조정의 여지는 손해배상한도로 통일된다.

앞서 현산 컨소시엄 측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의 과징금과 금호터미널 저가 매각 의혹 등의 여파를 고려해 손해배상 한도를 10% 이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호 측이 난색을 표하며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었다.

협상 초반 구주 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놓고도 이견이 있었지만 구주 매각 가격은 현산 컨소시엄의 요구대로 3200억원대로 정리됐다. 계약서의 세부 사항까지 조율된 만큼 일각에서는 양측이 2차 '데드라인'인 오는 27일보다 하루 정도 앞당긴 26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산 컨소시엄은 연내 SPA 체결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 아시아나항공의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진을 교체한 뒤 유상증자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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