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의 한국 공직사회 비평서를 접하며

김기식 저, 어공이 늘공에 전하는 '국민이 만만한가'
김기식 저, 어공이 늘공에 전하는 '국민이 만만한가'

[스트레이트뉴스=전성남 기자] ‘늘공’, 늘상 공무원 하는 직업공무원을 말한다. 그러나 국민 공복으로서의 직업 소명의식에 충실한 공무원을 지칭하는 의미보다는 철밥통 직장인이라는 긍정적이지 않는 의미가 강하다. 국민은 공무원의 존재이유를 위민(爲民)에서 찾고 있으나 이를 철칙으로 삼는 공직 사회는 보기 어려운 게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영혼 없는’ 집행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가득해서다.

근대 초기의 야경국가와 달리 국민 생활 전반을 보장하는 현대 복지국가 체계에서 국민은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적 책임감’을 요구한다. 국가의 근본을 의심케 하는 법조 비리에서, 국민을 기망한 천문학적 분식(粉飾) 회계에서, 한 맺힌 세월호에서, 그 목소리는 더없이 절실하다.

지금은 100만 공무원 시대다. 국민 50명당 1명이 공무원인 시대. 공무원 스스로의 평가와 달리 국민들 사이에는 공직사회의 부패와 무사안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북사피엔스가 '국민이 만만한가' 제목의 새 책이 나왔다. '대한민국 감사 공무원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청렴의 메시지'라는 부제의 이 책의 저자는 김기식 서울 중구 감사담당관이다. 이 책에는 그동안 저자가 직접 지휘하고 관리책임을 맡았던 공공 부문 감사 업무에서의 생생한 경험이 분야별로 녹아 있다.

저자는 공직사회 각 분야에서 발견되는 문제점과 개선 방법을 청렴, 부패, 감사라는 3가지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가 청렴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재산비례벌금제 시행이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한다.

사실 그는 어쩌다 공무원 세계로 들어온 '어공'이다. 요즘 욕을 얻어먹는 386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그는 인간성 회복이라는 학생 운동의 준엄한 명제를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 지금까지 묵묵하게 실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늘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에서 민심이 나라의 주인으로 자리 잡는 세상이 오자, 뒤늦게 양천구에서 정무직 공무원 자리를 얻었다. 신간은 '주권재민'이 답이라고 외치는 '어공'이 위민을 지향하는 '늘공'에게 던지는 글이기도 하다.

신간은 청렴은 곧 국가경쟁력, 국가청렴도가 높아지면 GDP가 오르는 원리를 설명하고, 부패 청산으로 선진국을 이룬 홍콩·싱가포르·뉴질랜드·호주·북유럽 등의 사례를 통해 공직사회의 도덕률이 국민의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1장에서는 청렴과 부패에 관한 포괄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시대를 초월한 공직의 가치 ‘청렴’, 동서양의 부패 스캔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북유럽 청렴 선진국들의 제도와 문화 등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 청렴과 부패의 의미 등을 살펴보며 우리 공직사회가 과연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지, 공무원이 지켜야 할 의무와 자세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아울러 최근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재산비례벌금제 등의 제도적 정비가 왜 필요한지도 생각해본다.

3장에서는 〈청탁금지법〉의 제정 과정과 주요 내용, 위법 사례를 소개한다(국민권익위원회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이 법에 대한 오해와 무지로 인해 개인의 활동과 공공서비스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이해와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4장에서는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의 실태와 감사를 통해 드러나는 각종 부패 사건, 지방정부의 자체 감사와 감사원의 주요 감사 지적 사례를 해법과 함께 제시한다.

부록 <솔아, 푸르른 솔아>(수기)는 30여 년 전, 필자가 학생운동 과정에서 투옥되었을 당시에 관한 기록이다. 필자를 고문한 경관들은 돈과 출세(현상금과 1계급 특진)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행위에 가담했고, 검찰은 이를 방관했다. 끔찍한 범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저버린 최악의 공직 부패다.

 

저자 : 김기식

 

서강대학교 철학과 졸업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활동

국회 정책개발 국정조사 업무 수행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감사담당관 역임

현재 서울시 중구 감사담당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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