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혁명 100주년,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시민은 물론 전국 마트와 편의점, 백화점, 자영업자까지 동참
한국,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와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여러 대응책 마련
일본 맥주 9월 판매량 전년 대비 99.9% 급감, 10월 판매량 ‘제로’
한국인 무시했던 대마도 상인들, 다시 찾아와 주기 호소해
한국 정부 지소미아(GSOMIA) 연장 종료로 대응하자 당황한 미국

2019년은 국내정치와 국제통상, 외교,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을 안겼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 골잡이 손흥민은 새벽잠을 설치게 했으며,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까지 잠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정치는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얼룩졌고,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됐으며,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등 흉악 범죄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로 예측되고, 청년 취업률과 노인 빈곤율, 자살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스트레이트뉴스는 2019년을 달군 10대뉴스 키워드로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국회 파행, ▲급랭한 남북미 관계, ▲조국 정국, ▲양승태 구속, ▲홍콩 민주화 시위, ▲화성 연쇄살인범, ▲대형참사와 자연재해, ▲G2 무역전쟁, ▲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등을 선정했다.<편집자주>

<목차>
① [사회] 일본 불매운동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② [정치] 패스트트랙 등 ‘동물국회’로 극한 대치한 여의도 정가
③ [통일] 역사적인 하노이 만남 이후 급랭한 남‧북‧미 관계
④ [정치] ‘퇴진’과 ‘수호’로 한반도의 가을 양분한 조국 사태
⑤ [사회] 사법 71년 역사에 치욕 오점 남긴 양승태 사태
⑥ [국제] ‘송환법’ 반발해 불타오른 홍콩 민주화 시위
⑦ [사회]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와 흉악범 고유정.안인득.장대호 
⑧ [환경] 대형참사‧가뭄‧산불‧폭염‧태풍...고통의 지구촌
⑨ [국제] 일시 휴전했지만 불씨 여전한 G2(미중) 무역전쟁
⑩ [사회] 불법촬영‧성폭행‧도박...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3‧1혁명 100주년인 2019년, 일본 불매운동 ‘NO JAPAN’이 올 하반기를 강타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반발해 TV 및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 핵심소재 3종(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수출규제조치를 취하면서다.

일본 불매운동,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로 시작돼

일본 정부가 지목한 반도체 핵심소재 3종은 국산화율이 매우 낮은 소재들이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를 인질로 잡은 경제침탈", “역사갈등을 통상갈등으로 변질시킨 조치”라며 일본 정부의 조치를 ‘제2의 침략’으로 규정했다.

7월초에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에 국민은 물론 전국의 마트와 편의점, 백화점, 자영업자까지 동참했고, 대상 품목 역시 맥주를 비롯한 주류,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자동차, 농기계, 캐릭터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독립운동은 못 해도 불매운동은 한다”, “보이콧 재팬”, “NO 아베”, “NO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49싶어도 45지말자”, “우리 가게는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이 하반기 내내 일상으로 접해왔던 문구들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있지만, 일본 정부가 내세운 표면적인 명분은 “한국에 수출된 일본산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징후가 있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수출관리 운용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국 대법원은 일본제철소에 강제동원됐던 피해자 4명이 2005년 소장을 제출한 지 13년 8개월 만인 2018년 10월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소장을 제출한 4명 중 유일한 생존자 이춘식씨가 재상고심 판결 전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스트레이트뉴스DB
한국 대법원은 일본제철소에 강제동원됐던 피해자 4명이 2005년 소장을 제출한 지 13년 8개월 만인 2018년 10월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소장을 제출한 4명 중 유일한 생존자 이춘식씨가 재상고심 판결 전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스트레이트뉴스DB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조치 철회 및 협의를 요구했지만,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 8월 2일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10분 만에 의결했고, 그달 28일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버렸다.

전 국민 동참한 가운데 일본업체 피해 확산

우리 정부는 즉각 대응책을 마련했다. 우리 화이트 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식품이나 폐기물 등의 수입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했다. 또한 기업 피해를 우려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행정절차를 최소화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핵심소재 3종의 국산화에 착수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25년 동안 일제 불매운동이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인들은 냄비다”라는 말들로 불매운동을 깎아내렸다. 유명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부신구화(負薪救火,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듦)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불매운동의 기세는 사그라들기는커녕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연령대가 동참한 가운데, 불매운동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웹사이트 ‘노노재팬’과 ‘일본 불매운동 자경단’이 등장하는 등 차츰 고도화, 체계화됐다.

일본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급격히 하락한 의류업체 유니클로와 아사히의 브랜드. 대마도에서 오지 않는 한국인을 기다리는 관광버스(오른쪽)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일본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급격히 하락한 의류업체 유니클로와 아사히의 브랜드. 대마도에서 오지 않는 한국인을 기다리는 관광버스(오른쪽)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당황한 유니클로가 두 번이나 공식 사과했지만, 소용없었다. 유니클로의 9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91억 원에 불과했다(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 맥주 판매량 1위를 자랑하던 일본 아사히는 물론, 삿뽀로, 기린 등 일본 맥주들은 자취를 감췄다. 9월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99.9% 줄어든 6,000달러(696만 원)였고, 10월 판매량은 ‘제로’를 기록했다(관세청).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들도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가격을 무려 천만 원 이상 낮췄음에도, 판매가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본 관광업계에 직격탄

일본 관광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이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7월 이전에는 매달 평균 58만 명이 일본을 찾았지만, 이후 방문객 수는 30만 명대로 급감했다. 각 항공사들은 일본행 티켓 가격을 거의 ‘땡처리’ 수준으로 할인하다가 일본 노선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했다.

특히 나가사키현 소재 대마도(쓰시마)의 사정은 심각하다. 매년 4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방문했지만, 지금은 90%가량 감소한 3만 명대 수준이다. 한국 관광객을 무시하기까지 했던 대마도 상인들은 생존권이 걸리자 다시 한국인들에게 찾아와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견강부회(牽强附會, 근거 없이 억지로 끌어대어 자신에게 맞추는 행위)가 만들어 낸 금석지감(今昔之感, 예전과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중재로 올 연말까지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연장 종료를 유예한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중재로 올 연말까지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연장 종료를 유예한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지소미아 연장 유지되더라도 한일관계 회복 쉽지 않아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조치의 불똥은 미국에까지 튀었다. 우리 정부가 “한국의 안보를 믿지 못하는 일본과 어떻게 군사정보를 나누냐”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즉 지소미아(GSOMIA) 연장 종료를 선언한 것.

지소미아 연장 종료는 미국에는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 즉 극동전략의 후퇴를 의미한다. 마크 에스퍼(Mark Esper) 국방장관을 비롯,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데이비드 스틸웰(David Stilwell)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차관보 등 미국의 각료들이 한국과 일본을 거듭 방문한 이유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중재로 지소미아 종료를 연말까지 조건부 유예해 둔 상태다.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일본 불매운동의 열기가 사그라들 기미는 없다. 일본 정부가 불매운동의 출발점인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수용하지 않는 한 ‘NO JAPAN’은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한일관계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