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작된 대화 분위기 이어가지 못한 2019년 남북미
베트남 하노이 ‘노딜(No Deal)’에 북한 ‘새로운 계산법’ 통첩
미국의 일괄타결 vs 북한의 단계적 합의/이행, 접점 못 찾아
김정은, 답방과 쌀 지원 거부 이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표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스톡홀름 실무협상에도 시간만 소모해
북한, 초대형 방사포와 SLMB, ICBM 엔진시험 등 대미 압박
뿔난 북한과 무력한 남한, 관리 중인 미국, 관계 악화 가능성↑

2019년은 국내정치와 국제통상, 외교,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을 안겼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 골잡이 손흥민은 새벽잠을 설치게 했으며,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까지 잠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정치는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얼룩졌고,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됐으며,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등 흉악 범죄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로 예측되고, 청년 취업률과 노인 빈곤율, 자살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스트레이트뉴스는 2019년을 달군 10대뉴스 키워드로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국회 파행, ▲급랭한 남북미 관계, ▲조국 정국, ▲양승태 구속, ▲홍콩 민주화 시위, ▲화성 연쇄살인범, ▲대형참사와 자연재해, ▲G2 무역전쟁, ▲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등을 선정했다.<편집자주>

<목차>
① [사회] 일본 불매운동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② [정치] 패스트트랙 등 ‘동물국회’로 극한 대치한 여의도 정가
③ [통일] 역사적인 하노이 만남 이후 급랭한 남‧북‧미 관계
④ [정치] ‘퇴진’과 ‘수호’로 한반도의 가을 양분한 조국 사태
⑤ [사회] 사법 71년 역사에 치욕 오점 남긴 양승태 사태
⑥ [국제] ‘송환법’ 반발해 불타오른 홍콩 민주화 시위
⑦ [사회]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와 흉악범 고유정.안인득.장대호
⑧ [환경] 대형참사‧가뭄‧산불‧폭염‧태풍...고통의 지구촌
⑨ [국제] 일시 휴전했지만 불씨 여전한 G2(미중) 무역전쟁
⑩ [사회] 불법촬영‧성폭행‧도박...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2018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부터 출발한 남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해를 넘기며 이어졌지만, 2019년 연말 현재 꼬일 대로 꼬여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9년, 북미관계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문제의 올해 안 해결”을 언급하며 확실한 신호를 보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자료:express.co.uk)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자료:express.co.uk)

북미협상 분위기는 고조됐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운전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첫 결실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노이 ‘노딜’에 김정은 위원장 ‘새로운 계산법’ 압박

2018년 사상 최초로 정상회담을 가진 두 정상은 올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노딜(No Deal)’이었다.

일괄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합의 및 이행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이 워낙 다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면서 퇴짜를 놓아서였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성실한 태도를 꼬집었다. 정상 간 업무오찬을 마음대로 취소하고 회담을 조기에 종료하는 등 김 위원장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제재 해제도 평화협정도 얻지 못한 북한, 2018년 신년사부터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공을 들였던 김정은 위원장도 뿔이 났다.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고 통첩했다. 3월초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2019.02.28)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2019.02.28)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韓 무시하고 대미 압박 나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중 “핵문제의 올해 안 해결” 대목이 다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재차 연말을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다. 신년사에서 언급된 ‘새로운 길’이 주목받았다.

이후 북한은 십 수 차례에 걸쳐 말 폭탄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압박만 한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신호를 보냈다. 청와대는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미국, 구체적으로 유엔사의 허락을 얻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남한에 취할 수 있는 대우는 ‘패싱(passing)’뿐이었다.

7월, 남한은 김정은 위원장 답방 실현과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쌀 지원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답방과 쌀 지원을 거부한 데 이어 11월 금강산지구 남측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정전협정 66년 만에 극적으로 회동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쇼는 쇼일 뿐

그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남북의 국경인 DMZ에서 만나 악수하며 인사라도 나누고 싶다”는 글에 김 위원장이 응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깐이나마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꽤 화려한 퍼포먼스였을지 몰라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쇼는 그저 쇼였다.

지난 10월에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협상도 가졌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실무협상 수준으로는 애초부터 ‘일괄타결 vs 단계적 합의/이행’이라는 현격한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시간 끌기’에 또 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북한의 신포/고래급 SSB 잠수함에 탑재된 북극성-1(또는 KN-11) 미사일의 개념도와 동해 원산항 인근 해상 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미사일은 약 280마일(450km)을 비행했고, 고도는 약 575마일(910km)에 달해 지금까지 북한이 시험한 (고체연료) 미사일 중 최장거리 미사일로 드러났다.(2019.10.02)(자료:arstechnica.com)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북한의 신포/고래급 SSB 잠수함에 탑재된 북극성-1(또는 KN-11) 미사일의 개념도와 동해 원산항 인근 해상 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미사일은 약 280마일(450km)을 비행했고, 고도는 약 575마일(910km)에 달해 지금까지 북한이 시험한 (고체연료) 미사일 중 최장거리 미사일로 드러났다.(2019.10.02)(자료:arstechnica.com)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남은 것은 대미 압박뿐이었다. 초대형 방사포가 첫 신호탄을 쏘았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날아올랐다. 지금까지 북한이 시험한 고체연료 미사일 중 성능이 가장 우수했다. 북한은 신무기들을 잇달아 시험대에 올리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12월 들어 북한의 압박은 더 강해졌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가동하고, 미국 본토까지 항진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성능시험을 두 차례나 실시했다. 지속적인 무력시위였다. ICBM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낸다는 위협도 있었다.

ICBM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칫 김정은 위원장이 판단 착오라도 할 경우, 새해 벽두에 쏘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 제재 해제든 평화협정이든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어떤 일이 있어도 깰 수 없다. 대화 국면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은 중동에 비해 한참 후순위다.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게 딜레마다. 그 딜레마에 북한은 화가 나 있고, 남한은 힘이 없다. 그저 운전석에 앉아 있을 뿐이다.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상원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민주당이 붙들고 있다. 최대한의 정치적 실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탄핵안을 통과시킬 리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탄핵안을 효과적인 정치 도구로 활용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못하란 법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 레이스 기간 동안 북한을 살필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물실호기(勿失好機, 좋은 기회를 날리지 않음), 미국의 전향적인 계산법이 없다면 내년 남북미 관계는 미국 대선 레이스를 따라 지속 악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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