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위한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에 둘로 쪼개진 광장
조국 일가 사건 수사 중 너무 빈번했던 검찰 ‘피의사실공표’
2030세대가 표출한 불공정 논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블랙홀 같았던 조국 정국에 대통령 지지율 39%로 곤두박질
전방위 수사, 검찰개혁 동조 여론 각성시켰다는 평가 있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폭력 광장정치로 국민적 비난 받아
윤석열 검찰의 ‘칼춤’과 추미애 의원의 ‘칼날’ 맞붙을 2020년

2019년은 국내정치와 국제통상, 외교,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을 안겼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 골잡이 손흥민은 새벽잠을 설치게 했으며,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까지 잠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정치는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얼룩졌고,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됐으며,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등 흉악 범죄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로 예측되고, 청년 취업률과 노인 빈곤율, 자살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스트레이트뉴스는 2019년을 달군 10대뉴스 키워드로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국회 파행, ▲급랭한 남북미 관계, ▲조국 정국, ▲양승태 구속, ▲홍콩 민주화 시위, ▲화성 연쇄살인범, ▲대형참사와 자연재해, ▲G2 무역전쟁, ▲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등을 선정했다.<편집자주>

<목차>
① [사회] 일본 불매운동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② [정치] 패스트트랙 등 ‘동물국회’로 극한 대치한 여의도 정가
③ [통일] 역사적인 하노이 만남 이후 급랭한 남‧북‧미 관계
④ [정치] ‘퇴진’과 ‘수호’로 한반도 가을 양분한 조국 사태
⑤ [사회] 사법 71년 역사에 치욕 오점 남긴 양승태 사태
⑥ [국제] ‘송환법’ 반발해 불타오른 홍콩 민주화 시위
⑦ [사회]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와 흉악범 고유정.안인득.장대호
⑧ [환경] 대형참사‧가뭄‧산불‧폭염‧태풍...고통의 지구촌
⑨ [국제] 일시 휴전했지만 불씨 여전한 G2(미중) 무역전쟁
⑩ [사회] 불법촬영‧성폭행‧도박...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2019년 하반기, 우리 사회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서울대 교수로 온통 들끓었다. 민의는 둘로 나뉘었고,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키워드는 ‘검찰개혁’이다.

그러나 사태는 청문회 이전, 검증 과정부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딸의 논문, 장학금, 표창장 등 입시특혜와 조 전 장관 부인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일가의 웅동학원 관련 의혹, 선거개입 의혹, 감찰무마혐의가 그런 것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후, 양분된 국론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문재인 대통령이 8월 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후, 양분된 국론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현재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동생 조모씨 등은 재판을 받고 있으며, 조 전 장관 자신도 세 차례에 걸친 피의자조사와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영장은 기각됐으며,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신중 검토 중이다.

광장정치와 공정성 논란

2002년 효순이 미순이 추모 집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 2014년 세월호 집회,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집회 등 2000년 이후만 살펴봐도 광장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다. 그 광장에 보수 진영이 뛰어들었다. 한반도의 민의는 ‘조국 수호’를 외치는 서초동과 ‘조국 퇴진’을 외치는 광화문으로 갈렸다.

조국 사태의 키워드가 ‘검찰개혁’이라는 사실은 검찰이 스스로 입증했다. 검찰은 청문회가 열리는 9월 6일 당일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기소했고, ‘피의사실공표’가 언론계 패널들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정도로 빈번했다. 조국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말이 회자됐다.

대학가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학 입시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표출됐다. 조 전 장관 딸의 대학과 대학원 입학에 부인이 개입한 정황이 있어서다. 교육부는 정시 전형을 확대하는 입시 개정안을 내놓았다.

고려대, 연세대, 부산대 등 10여개 대학 학생 150여 명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시위를 벌이는 모습(왼쪽, 2019.10.03)과 서울대 학생들이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오른쪽, 2019.08.23)(자료:연합뉴스)
고려대, 연세대, 부산대 등 10여개 대학 학생 150여 명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시위를 벌이는 모습(왼쪽, 2019.10.03)과 서울대 학생들이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오른쪽, 2019.08.23)(자료:연합뉴스)

여야 4당은 ‘국회의원 자녀 전수조사’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위원회를 꾸려서 국회의원 자녀를 대상으로 대학 입학에 부정은 없었는지 살피자는 취지였다. 입시 공정성 문제는 진보 진영, 즉 촛불시민 간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됐다.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우리 사회에 상당한 헌신을 해온 ‘조국’이라는 캐릭터는 한순간에 깨어져 나갔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숨 고르기 들어간 조국 사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순간, 조국 정국은 10월 2일 시작된 국정감사를 포함, 모든 사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10월 한때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39%대로 떨어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결국 악화된 여론과 퇴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임했다. 그를 기다리는 건 검찰이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 가족 일가는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했다. 개혁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거침없고 단호했다. 보수 대통령 시절이라면 역린(逆鱗, 군주의 분노)을 사고도 남을 일, 격세지감이다. 예상대로 정부와 여당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위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2019.12.05)(자료:청와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위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2019.12.05)(자료:청와대)

“털어도 너무 턴다”는 비난이 폭주했지만,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오히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을 각성시켰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임한 이후에도 광장정치는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치권도 나섰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개신교 단체와 일명 ‘태극기 부대’를 불러 모았다. 일부 시위자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면서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행사해 국민적인 비난을 샀다.

지난 27일,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이후, 조국 사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의지가 여전히 강한 문재인 대통령은 판사 출신에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개혁가 추미애 의원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사랑한다”고 했던 윤석열 총장이다. 조직을 사랑한다면 개혁의 대상일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으로 향했던 윤석열 검찰의 ‘칼춤’과 판사 출신 베테랑 정치인 추다르크의 ‘칼날’이 마주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2라운드가 시작된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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