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그의 어머니인 정석기업 이명희 고문이 이른바 '성탄절 소동'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이날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 28일 조 회장은 성탄절인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화병과 유리창 등이 깨지며 이 고문 등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소동 이틀 전인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공개 비판에 나선 것에 대해 어머니 이 고문에게 누나의 '반기'를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내부 갈등은 자칫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고조됐다.

현재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 고문 5.31%로 유족 4명의 지분율이 비슷하다.

총수 일가의 지분은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하면 총 28.94%인 데다 한진그룹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은 10.0%, 역시 그룹의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반도건설이 계열사인 대호건설을 통해 한진칼의 지분 6.28%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호지분 이탈을 막아야 사내이사 재선임이 가능하다.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그동안 꾸준히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해 현재 17.2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우호지분 중 누구라도 KCGI와 손잡는다면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KCGI는 지난 6월 한진칼 지분(10.00%) 취득으로 주요 주주가 된 델타항공에 서신을 보내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하자"고 제안하며 델타항공이 총수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을 견제하는 등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를 확장하고 있다.

성탄절에 발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간 말다툼 소동이 벌어진 지 닷새 만인 이날 양측이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이전의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로 얻은 일종의 '학습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이 고문에게 즉각 사죄하고 가족 간의 단합을 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란 평가다. 

이날 조 회장과 이 고문이 공동명의로 입장문을 내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힘겨루기가 마무리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유족 4명의 한진칼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는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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