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로 묻혀 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춘재 33년 만에 검거
전 남편 살해해 사체 훼손‧은닉하고 의붓아들 살해 의혹 받는 고유정
방화 후 대피하는 주민들 무차별 살해한 광기의 살인마, 안인득
강력한 고의성과 비겁한 수법으로 분풀이 살인 저지른 비인간, 장대호

2019년은 국내정치와 국제통상, 외교,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을 안겼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 골잡이 손흥민은 새벽잠을 설치게 했으며,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까지 잠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정치는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얼룩졌고,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됐으며,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등 흉악 범죄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로 예측되고, 청년 취업률과 노인 빈곤율, 자살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스트레이트뉴스는 2019년을 달군 10대뉴스 키워드로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국회 파행, ▲급랭한 남북미 관계, ▲조국 정국, ▲양승태 구속, ▲홍콩 민주화 시위, ▲화성 연쇄살인범, ▲대형참사와 자연재해, ▲G2 무역전쟁, ▲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등을 선정했다.<편집자주>

<목차>
① [사회] 일본 불매운동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② [정치] 패스트트랙 등 ‘동물국회’로 극한 대치한 여의도 정가
③ [통일] 역사적인 하노이 만남 이후 급랭한 남‧북‧미 관계
④ [정치] ‘퇴진’과 ‘수호’로 한반도의 가을 양분한 조국 사태
⑤ [사회] 사법 71년 역사에 치욕 오점 남긴 양승태 사태
⑥ [국제] ‘송환법’ 반발해 불타오른 홍콩 민주화 시위
⑦ [사회]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와 흉악범 고유정‧안인득‧장대호
⑧ [환경] 대형참사‧가뭄‧산불‧폭염‧태풍...고통의 지구촌
⑨ [국제] 일시 휴전했지만 불씨 여전한 G2(미중) 무역전쟁
⑩ [사회] 불법촬영‧성폭행‧도박...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33년 동안 영구 미제사건으로 묻혀 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마침내 검거됐다. 2019년은 어느 해보다 국민적 충격과 공분을 사는 흉악범죄로 얼룩졌다.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하고 의붓아들까지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는 사람들을 살해한 안인득, 홧김 살인 후에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장대호가 그들이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33년 만에 검거된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사건이다.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4년 7개월 동안 경기도 화성시 일대에서 총 10명(2건은 유사범죄)의 부녀자가 사망했다. 경찰은 단일 사건 최다 인원인 205만 명을 투입해 21,280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펼쳤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2006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범을 반드시 잡아 달라”는 국민적 염원을 잊지 않고 ‘처벌할 수 없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

지금의 경찰은 사건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수사 기법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유전자(DNA) 감식 기법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 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 3건에서 범인의 D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즉시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과 범인의 DNA를 대조했다. 그 결과, 화성 5차, 7차, 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가 한 용의자의 DNA와 일치했다.

2019년 9월 18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성시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4년 처제를 강간‧살해한 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가석방을 노리며 25년째 모범수로 수감 중이던 이춘재(56)였다.

이춘재는 완강히 자신의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화성 8차 사건과 초등생 실종사건을 포함한 살인 14건, 강간 및 강간미수 30여 건에 대해 “내가 살인한 게 맞다”고 자백했다. 첫 사건 발생 후 무려 33년 만에 진범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화성 8차사건 관련, 20년 옥살이를 한 윤모씨는 경찰 고문과 강압수사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화성 8차사건 관련, 20년 옥살이를 한 윤모씨는 경찰 고문과 강압수사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그런데 진범이 잡히자마자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윤모씨(52)가 8차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이미 20년 동안 복역을 마친 상태였던 것이다.

윤모씨는 8차사건 당시 경찰의 고문과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 결과, 초등생 실종사건 당시 경찰이 발견된 옷가지 등 증거물을 숨겨서 단순 실종 처리한 의혹,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거를 조작한 의혹 등이 새롭게 드러났다.

결국 검찰은 화성 8차사건을 직접 조사해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춘재 검거는 33년 만에 이뤄낸 과학수사의 쾌거였지만, 범인 검거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고문과 강압이 동원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거까지 조작한 의혹이 있어 씁쓸함을 남겼다.

끔찍한 아내, 고유정

한 남자가 실종됐다. 그저 그런 실종사건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파고들었고, 6월 1일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자의 전 아내 고유정씨(36)를 긴급체포했다.

알고 보니 고씨의 의붓아들도 불과 3개월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한 달 간 보강수사를 진행한 당국은 고씨를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제주도 조천읍에 있는 한 펜션에서 전 남편에게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먹인 후 흉기로 찔러 살해, 훼손된 시신 일부를 바다에 버렸다.

시신 중 일부는 제주도에서 경기도 김포로 이동하는 도중에 유기했고, 김포에서도 남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해 유기했다. 전 남편의 시신은 지금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고씨를 추가로 기소했다. 의붓아들 살해혐의였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고씨는 새벽 5시경 잠든 의붓아들(5)의 얼굴을 눌러 살해했다. 의붓아들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비구(코와 입) 폐쇄 질식사’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아들과 함께 잠들었던 부친의 머리카락에서는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고, 아들이 사망할 당시 고씨가 잠들어 있지 않았다는 증거도 제시됐다.

범행 전 일상의 고유정과 범행 후 고유정(자료:jtbc/MBN 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범행 전 일상의 고유정과 범행 후 고유정(자료:jtbc/MBN 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고씨는 현재 전 남편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 남편의 혈액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고 고씨가 졸피뎀 사용 흔적을 없애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 남편 살해사건의 경우 범행이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가 관건이고, 의붓아들 살해사건의 경우 범인이 맞는지가 관건이다. 고씨 사건 담당 재판부는 내년 1월 20일쯤 결심공판을 열고 2월에 선고할 예정이다.

무차별 방화‧살인 저지른 광기의 살인마, 안인득

화재를 피해 방에서 나왔는데, 살인마가 흉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면? 공포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4월 17일 새벽, 경상남도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다. 놀란 주민들은 복도로 뛰쳐나왔다. 그런데 복도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살인마 안인득(42)이었다.

안인득은 뛰쳐나오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사상자는 총 22명, 12세와 19세 여학생, 59세 여성, 65세 여성, 74세 남성 등 5명이 수차례 급소를 찔려 사망했고,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상자 중 15명이 여성이고 70대가 3명, 대부분 약자였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범행대상을 정하고 범행도구를 사전에 구입한 다음, 인근 주유소에서 구입한 휘발유로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른 후, 2층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대피하는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철저히 계획된 범행이었다.

11월 27일, 창원지법에서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9명의 배심원 중 1명이 무기징역을, 나머지 8명이 사형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다.

광기의 살인마 안인득과 죄책감을 상실한 장대호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광기의 살인마 안인득과 죄책감을 상실한 장대호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후회도 죄책도 없는 비인간, 장대호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12일, 경기도 고양시 마곡철교 인근 한강에 시신이 떠올랐다. 그런데 몸통뿐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체를 부검했지만, 신원 파악이 쉽지 않았다.

8월 16일,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피해자의 오른팔 일부가 발견됐던 것이다. 이튿날은 방화대교 남단에서 피해자의 머리가 발견됐다.

피해자의 신원과 증거를 확보한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가자, 범인은 자수를 택했다. 엽기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는 한 모델에서 근무하는 장대호(38)였다. 모텔 손님이던 피해자가 숙박비를 주려 하지 않고 반말을 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게 범행 동기였다.

법원 영장실질심사 후,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장씨는 “다음 생에 또 그러면 너(피해자) 또 죽는다”며 독기를 드러냈다.

11월 5일, 1심 재판부는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대호를 향해 “이번 사건은 강력한 고의성과 비겁하고 교활한 수법으로 분풀이 살인을 저지른 극악한 범죄이고, 최소한의 후회나 죄책감도 없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한계를 벗어났다”며 ‘석방 불허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19년은, 33년 동안 미제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잡혔지만,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하고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무차별 방화‧살인을 저지른 안인득, 홧김 살인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장대호로 인해 우리 국민에게는 충격과 공포, 분노를 삼킨 혼비백산(魂飛魄散)의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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