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인제‧강릉 옥계 대형 산불로 여의도 면적 5배 잿더미
제1종 가축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북한 인접 지역 초토화
독도 소방헬기 사고로 7명,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26명 사망해
860년 역사 인류문화유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서 불길 치솟아
지구촌 곳곳 살인더위와 초대형 허리케인, 산불, 대홍수 발생
기후변화 심각성 알린 스웨덴 툰베리,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2019년은 국내정치와 국제통상, 외교,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을 안겼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 골잡이 손흥민은 새벽잠을 설치게 했으며,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까지 잠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정치는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으로 얼룩졌고,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됐으며,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등 흉악 범죄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로 예측되고, 청년 취업률과 노인 빈곤율, 자살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스트레이트뉴스는 2019년을 달군 10대뉴스 키워드로 ▲NO JAPAN과 지소미아(GSOMIA), ▲국회 파행, ▲급랭한 남북미 관계, ▲조국 정국, ▲양승태 구속, ▲홍콩 민주화 시위, ▲화성 연쇄살인범, ▲대형참사와 자연재해, ▲G2 무역전쟁, ▲구설 끊이지 않은 연예계 등을 선정했다.<편집자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온 국민이 안전한 나라’, 그런 게 있을까? 올해도 지구촌 시민들은 각종 대형참사와 가뭄, 산불, 폭염, 태풍 등 자연재해로 가슴을 태웠다.

국내에서는 강원 지역 대형 산불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이어졌고, 헝가리로 여행을 떠난 26명의 한국인은 차가운 강물 속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유럽에서는 살인적인 더위가 생명을 앗아갔으며, 인도에서는 가스실을 방불케 하는 독성 스모그와 폭염이, 미국과 호주, 브라질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카리브해와 일본에서는 허리케인과 태풍이, 이탈리아에서는 대홍수가 지구촌 시민들을 괴롭혔다.

강원지역 대형 산불로 여의도 5배 잿더미

봄빛이 완연한 4월 4일 저녁, 강원도 고성군과 강릉시 옥계면, 인제군 등지에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1,757헥타르(ha)를 집어삼키며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산불로 고성과 속초 지역 700ha, 강릉과 동해 지역 715ha, 인제군 지역 342ha 내에 있던 산림은 물론, 농장과 주택, 공공시설 등 3,590여 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번 산불에는 국가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전국의 소방차들이 줄지어 달리는 광경이 TV 모니터에 비치며 상당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노후화된 고압전선과 한국전력의 부실시공 등을 지목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강원 고성, 속초, 강릉 옥계, 동해, 인제에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해 총 1,757ha를 잿더미로 만들었다.(2019.04) ⓒ스트레이트뉴스
강원 고성, 속초, 강릉 옥계, 동해, 인제에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해 총 1,757ha를 잿더미로 만들었다.(2019.04) ⓒ스트레이트뉴스

가을에 들이닥친 아프리카돼지열병

가을 초입으로 들어서던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농장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이 들이닥쳤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유독 돼지만 걸리는 제1종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이다. 급성일 경우 치사율은 100%이지만,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연천과 김포 등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북한 인접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로는 야생 멧돼지가 지목됐다.

방역당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 멧돼지 처리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ASF가 발생한 농장 내 돼지들을 살처분했다. 살처분 및 예방적 수매/도태 돼지는 경기도 내에서만 33만여 마리에 이르렀다.

10월 9일 현재 연천의 한 농가를 마지막으로 확산세가 줄어들어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농식품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멧돼지 폐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처분 현장과 전 세계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자료:UPI) ⓒ스트레이트뉴스
살처분 현장과 전 세계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자료:UPI) ⓒ스트레이트뉴스

소방헬기의 안타까운 추락과 헝가리 유람선 사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잦아들어 한시름 놓으려던 10월 마지막 날, 대구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한 독도까지 날아갔던 소방헬기가 환자를 태우고 이륙하다가 바다로 추락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 사고로 안타깝게도 7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환자와 소방대원 등 4명의 시신은 수습했지만, 나머지 3명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0일 합동영결식에 참석,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대통령으로서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5월에는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5월 29일, 한국인 단체 여행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크루즈선과 충돌한 직후 침몰해 26명이 사망했다.

그 사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사고 중 최악으로 기록됐다. 현재까지 수습된 사망자 시신은 25구이며, 1구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독도 해상에 추락한 소방헬기와 동일 기종(자료:MBC 화면 갈무리)
독도 해상에 추락한 소방헬기와 동일 기종(자료:MBC 화면 갈무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4월 15일(현지시간), 860년 동안 프랑스 가톨릭의 성지 역할을 한 인류문화유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지구촌 시민들은 나무로 제작된 첨탑과 지붕이 무너지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탄식을 쏟아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우리의 일부가 불에 타는 것만 같다”며 절망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과 가시면류관, 파사드에 위치한 석조탑, 루이 9세의 튜닉 등 중요 유물들은 건질 수 있었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프랑스 정부가 외부 반출 우선순위를 매겨두고 훈련을 거듭해왔던 덕이다.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과 문화재 담당자들, 사제들, 경찰관들, 시민들이 인간 사슬처럼 줄지어 서서 유물을 반출하는 장면은 지구촌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화재로 인해 대성당은 216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미사를 열지 못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복원에는 최소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과 단체들, 시민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2019.04.15)(자료:michigandaily)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2019.04.15)(자료:michigandaily)

살인더위와 초대형 허리케인‧태풍‧산불, 독성 스모그

40도를 훌쩍 넘어선 최악의 폭염이 유럽의 여름을 녹였다. 올해 6월 세계 평균기온은 역사상 가장 더운 16.4℃를 기록했다(NOAA, 미국국립대양해기청).

최악의 불볕더위에 1,500여 명의 프랑스인과 최소 400명의 네덜란드인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인도의 여름도 50℃가 넘어 수백 명이 사망했다.

미국 국립대양해기청(NOAA)에 따르면, 북극 지역의 기온도 11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

초대형 허리케인 ‘도리안’이 불어닥쳐 쑥대밭이 된 바하마의 한 마을(2019.09)(자료:theatlantic)
초대형 허리케인 ‘도리안’이 불어닥쳐 쑥대밭이 된 바하마의 한 마을(2019.09)(자료:theatlantic)

9월에는 5등급 초대형 허리케인 ‘도리안’이 카리브해 연안을 강타해 바하마에서만 무려 2,500여 명이 실종됐다.

10월 이후에는 60년來 가장 강력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를 비롯, 제20호 태풍 ‘너구리’와 제21호 태풍 ‘부알로이’가 일본 열도를 연이어 강타했다. 일본의 자연재해 역사상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이었다.

해마다 높아지는 온도와 더욱 강해지는 허리케인 및 태풍의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지목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과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구의 허파 격인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개발을 위한 고의산불’ 여부를 두고 전 세계가 브라질 정부를 비난했다.

그밖에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대홍수로, 인도 뉴델리는 가스실을 방불케 하는 최악의 독성 스모그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기후행동 및 기후 관련 동맹휴학 운동을 펼쳐 온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구촌 시민들에게 알렸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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