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 정치지형의 핵심 키워드는 4‧15총선
총선 세대교체 가능하나 정치판도 바꾸기는 역부족
비례정당 출현 시 새로운 선거제 ‘허울뿐인 다당제’ 전락
보수통합 절박하지만, 기득권 포기 없으면 각자도생뿐
2020 정치기상도는 태풍 후 초미세먼지 경보 발령 수준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2020년 새해 정치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까? 희망의 새해가 밝았으나 유권자의 상당수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올해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총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배경이다.

새해 정치권은 저마다 밝고 희망찬 희망을 자임하고 나섰다. 지난해 정치권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는 ‘실망’과 ‘분노’, ‘국론분열 조장’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난장판에 극단적인 충돌로 이전투구, '식물'을 넘어 '동물' 20대 국회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으나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선물 아닌 선물을 국민에게 안겨주었다. 

공직자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통과는 향후 우리의 정치와 경제, 사회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던지면서, 논란은 있으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치력 부재 탓에 모든 현안에서 의견 차이를 넘어 극렬하게 충돌하는 진영정치, 이념정치, 갈등정치, 적대적 공생정치를 난무하고, 그 빈자리에 ‘거리정치’까지 들어섰고, 우리 사회는 양분된 속에서 일궈낸 것이기에 '산통'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한 해였다.

지난해 국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갈등에 이은 대결과 비난의 정치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지난 한해 내내 정치를 관통한 이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었다. 국회선진화법은 무시됐고, 고소고발전이 난무했다.

총 7개의 패스트트랙 법안 중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유치원3법과 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5개 안건은 아직 남아 있다. 한치의 물러남도 없는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어, 올해도 동물국회 재연이 불가피하다.

4‧15총선이 예정된 올해, 한국정치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2020년 경자년 새해 여의도 정치지형을 ▲세대교체, ▲다당제 가능성, ▲비례정당 가능성, ▲보수통합으로 구분해 전망한다.

2020 4‧15총선, 기싸움 심화

올해 초반 역시 패스트트랙 정국의 연속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유치원3법이 걸려 있어서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난 후에도 4‧15총선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여야의 대치는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는 새로운 선거법이 적용되어 소수정당과 신생정당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 두 거대 정당의 의석은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선거법이 아니라도 양당은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상대해야 하고, 한국당은 국회파행의 1차 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한국당이 더 나쁜 성적을 받아들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여당의 패배는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한국당의 패배는 황교안 체제의 종말로 이어질 전망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에게 오는 4‧15총선에서 누구를 심판할지 물었다(2019.12.29~30). 국민 51.3%가 야당을, 35.2%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답했다.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할지 묻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43.5%로 가장 앞섰고, 한국당 22.5%, 정의당 6.6%, 바른미래당 4.4%, 새로운보수당 3.8% 순이었다.

2020 정치 세대교체, 그러나 회의적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는 지난 2016년 2017년 촛불집회 당시부터 제기됐다.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쪽은 여당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도 세대교체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 중폭 규모의 물갈이가 점쳐진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된다 해도 정치가 바뀔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엘리트 보강 시스템 하에서는 의회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 층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는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2019.12.27)(자료:kbs 화면 갈무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는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2019.12.27)(자료:kbs 화면 갈무리)

현역 의원과 새내기들의 마찰은 4‧15총선 국면의 또 다른 볼거리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젊은 후보들과 젊은 유권자들의 이른바 ‘캐미’도 관심거리다. 선거 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2020 다당제 가능성 높지만, 실효는 과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은 준연동제 수준이다. 연동제보다 못하지만, 과거보다는 비례성이 높아졌다. 거대 양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소수당이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3당이 새롭게 부상할 기회도 열려 있다. 다당제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만큼 대화와 타협에 의한 정치가 펼쳐질 개연성이 크다. 독일의 경우, 보수 기민당과 진보 사민당이 연정을 할 정도로 타협정치가 발달해 있다. 다당제가 정당 간 대화와 타협의 마중물이 될지, 거대 양당구조 해체에 얼마나 기여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만약 총선 이후에도 거대 양당구조가 유지된다면, 다당제는 정치적 다양성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허울뿐인 다당제’로 전락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기울여 온 그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그 중심에 ‘비례정당’이 있다.

2020 비례정당, 비뚤어진 당리당략

한국당은 선거제도 협상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 완전히 배제됐다고 주장하면서 비례정당을 만들 작정이다. 일종의 자기방어 본능이다. 짝퉁정당이자 눈가림정당인 비례정당은 의원 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한국당이 실제로 비례정당을 만든다면, 화가 난 민심에 의해 오히려 참패를 당할 수 있다. 정당 비호감도에서 1위에 랭크된 현실을 유념해야 할 이유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비례정당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정치퇴행이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당이 만든다면, 민주당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새로운 선거법은 의미를 상실한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명분 없는 비례정당 창당, 한국당이 과연 할 것인지, 민주당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2020 보수통합, 가능한가?

한국당은 20대 국회 내내 당내 갈등을 겪었다. 근본 원인은 20대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에 구성돼서다.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공천 덕에 배지를 단 의원들이 탄핵 관련 갈등을 촉발했다. 이 갈등은 총선 이후에나 수그러들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개천절과 한글날, 한국당 의원들과 보수단체들은 진보의 전유물이던 광장으로 나섰다. 중도층은 물론 젊은 세대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보수 진영은 그 10월의 집회를 ‘10월항쟁’이라고 부른다.

10월 14일 조국 장관이 사퇴하자, 보수적인 시민들은 “내가 참여하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보수통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2019년 10월 둘째 주) 결과, 정당 비호감도에서 한국당이 62%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 바른미래당 56%, 정의당 51%, 민주당 47% 순이다. 한국당은 우리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당으로 전락했다. 황교안 대표의 지지율도 지속 하락 중이다.

지금처럼 툭 하면 장외로 나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책이 없다면 4월 총선 승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보수통합이 절박하다.

“자유한국당은 수명이 다했다.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중략) 한국당은 감수성이 없다. 공감 능력이 없다. 소통 능력도 없다.”

이 말은 민주당 인사나 범여권 인사의 말이 아니다. 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의 말이다. 그는 한국당을 ‘좀비’로 규정, 유일한 해결책으로 ‘완전 해체’를 제시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만큼 심각하다.

보수통합의 몇 가지 방안이 있다. 황교안 체제의 유지 여부에 따라 경우의 수가 다르다. 키워드는 ‘유승민’과 ‘안철수’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유지될 경우, 자유한국당이 중심이 되는 소규모 통합이 가능하다. 유승민 의원이 주축인 새로운보수당(이전의 ‘변화와 혁신’)은 제외될 공산이 크다. 통합이 아닌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로 갈 수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통합은 아니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아닐 경우, 중간 규모의 통합이 가능하다. 관건은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에 비상대책위원회 가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빅텐트(big tent)로 대통합을 노릴 수도 있다.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열쇠는 안철수 전 대표의 참여 여부다.

총선이 임박한 만큼, 결단의 시한도 임박했다. 장외투쟁에만 집중할 때가 아니다. 새로운보수당이나 안철수 전 대표, 재야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각자도생뿐이다.

각자도생으로는 여당을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이면 프레임, 인물이면 인물, 모든 조건에서 여당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의 정당이나 중도신당이 부상한다면 한국당에는 더 큰 악재다. 그런 악재의 중심에 정통 빅텐트 주창론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있다.

21대 국회의 첫 번째 숙제는 소모적인 정쟁 대신 특권을 없애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을 말하기에는 너무 어둡다. 4‧15총선 때까지, 2020년 정치기상도는 강력한 태풍이 지나간 후 초미세먼지 비상경보가 발령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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