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오는 8일로 예정된 통화옵션계약(KIKO·키코) 사태 분쟁조정안 수락시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연말연시가 겹쳐 조정안을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마련한 키코 분쟁조정 결정서를 받은 은행 6곳 중 6일 현재까지 수용 여부 관련 의사를 금감원에 전달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조정결정서는 지난달 20일 양측에 통보됐다. 양측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되는 것이다.

오는 8일까지 수용, 불수용, 연장 신청 등의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은행들이 연장 신청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연장 요청이 들어오면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 연초 바쁜 시기를 보내느라 은행들이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며 "내부 검토를 할 시간을 더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의 분조위 조정 대상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기업 4곳과 이들이 가입한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이었다. 4개 기업은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키코를 샀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기업별 배상 비율은 각각 15%(2곳), 20%, 41%로 평균 23%였다. 4개 업체 외 분쟁조정을 기다리는 기업도 150곳에 이른다.

분조위는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매 은행들이 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의 환 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 헤지를 권유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율 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 의무도 위반했다는 게 분조위의 판단이다. 이에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에 적용되는 30%를 기준으로 당사자 간 계약 개별 사정을 가감해 최종 배상 비율이 정해졌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당했다.

분조위 결정에 따른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다만 은행들이 이번 조정안을 수용해야 배상이 가능해지지만, 은행들은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난 상태에서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키코 배상에도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은행 역시 배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DLF 배상과는 다른 관점에서 키코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은행들은 키코 분쟁조정 안건을 이사회에 올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키코 사태의 배상을 받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금감원에 수용 의사를 밝힌 기업은 1곳이다. 다만 키코 사태로 대주주가 은행이 출자한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바뀐 기업의 경우 배상금을 지급해도 결국 은행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 피해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거론된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배상금이 유암코의 지분 투자 회수 등에 우선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배상금을 법인 운영에만 쓰고 은행이 가진 개인 보증채권을 소각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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