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 고의로 주가 떨어뜨린 의혹을 받는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 고의로 주가 떨어뜨린 의혹을 받는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를 소환해 2015년 합병 직전 삼성물산 회사 가치가 떨어진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삼성물산이 해외공사 수주 등 실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회사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린 정황이 있다고 봤다.

삼성물산은 2017년 5월13일 수주한 2조원 규모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같은해 7월말 공개했다.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 공급량은 300여 가구였지만 합병 이후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년 1∼6월 삼성물산 매출액은 12조28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주가는 2015년 들어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상승하지 못하다가 4월 중순 이후 꾸준히 떨어졌다. 당시 합병비율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는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이사회 직전 1개월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반대로 이 부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자산가치는 부풀려진 정황도 의심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부지의 표준지(가격산정의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가 2015년 최대 370%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을 움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당시 장충기(66)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69)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를 차례로 소환해 의사결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1년 2개월간 관련 수사를 벌여왔다. 합병·승계 의혹 수사의 단초가 된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는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김태한(63) 대표이사 등의 사법처리만 남겨둔고 있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검찰에 출석한 김 전 대표는 '합병비율이 정당했다고 보느냐' 등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간 뒤, 약 한시간 반이 지난 오전 10시 50분 쯤 검찰 청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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