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하는 것과 관련, 향후 삼성그룹의 기업쇄신에 바람직한 영향을 줄 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태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발표한 쇄신안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과 같이 이번 준법위도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9일 오후 논평을 통해 "김지형 위원장이 독립적·자율적 준법위를 통해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으나, 어떠한 법적 권한이나 책임도 없는 외부 기구인 준법위가 삼성의 내부 쇄신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의 변화를 위해서는 준법위 출범과는 별개로 상법에서 그 책임을 규율하고 있음에도 회사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상실한 이사회의 체질 개선이 우선돼 한다"며 "게다가 각종 언론기사 삭제 및 인사청탁과 연루돼 ‘준법감시’를 담당하기에는 심대한 결함이 있는 인사가 준법위 내부인사로 선임된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특히 "이번 준법위 설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돼서는 안 된다"며 "삼성이 진정한 ‘변화’를 꾀한다면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적 경영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준법위 설치가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전했다. 아울러 삼성이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준법위를 출범시킨 것이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그간 범죄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재산기부라는 공수표를 남발했던 삼성의 과거 행태를 생각할 때 또다시 이런 술수로 처벌을 피해가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그동안 재벌총수들은 조세포탈, 횡령·배임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소위 ‘3·5법칙’에 따라 제대로 단죄받아온 적이 없으며, 이는 유사 경제범죄의 지속적인 만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삼성은 불법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될 때마다 쇄신안을 거듭 발표했으나, 그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준법위의 설치 및 운영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실제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준법위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삼성의 이사회를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직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15일 "금융위원회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추가적발, 뒤늦게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금융실명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오 탓이라여, 실명제 정착을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논평을 냈다. (KBS 캡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이 준법위를 출범시켰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준법위를 꾸리는 것에 대한 의혹과 우려도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참연연대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 정말 ‘기업쇄신’을 위한 순수한 의도로 준법위를 꾸렸다면, 책임을 갖고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삼성 내부에 준법감시시스템이 부재하여 국정농단이 초래된 것이 아니다. 적은 지분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사유화한 재벌총수의 제왕적 인식과 기업의 이익이 아닌 총수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려온 이사회의 결합으로 인해 그동안 삼성은 각종 부패의 악취로 가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처벌수위는 우리 사법부의 적폐청산이 얼마나 이뤄졌고, 향후 이뤄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며 "이번 준법위 설치가 삼성의 법적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되며,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자신이 대표변호사인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삼성그룹의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등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김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법조계와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됐다. 외부 위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회는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7개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활동을 시작한다. 주요 계열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으로, 위원회는 이달 말 7개 계열사가 각자 협약과 위원회 운영 규정과 관련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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