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70〉굶주림은 절대악이다
[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70〉굶주림은 절대악이다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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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2018)」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굶주림은 절대악이다

선사시대에 불씨는 특별한 재화였다. 불씨를 관리하는 일은 부족에서 가장 경험이 많고 지혜로운 사람이 맡았다. 지금은 초등학생이라도 혼자서 가스레인지를 켜고 라면을 끓일 수 있다. 기원전 5세기에 철鐵은 특별한 재화였다. 질 좋은 철은 농업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지금도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철은 지구에서 알루미늄 다음으로 흔한 금속이다. 금 은 수천 년 동안 인류에게 특별 대접을 받아온 재화다. 지금도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금이 부 자체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식량은 선사시대에도 특별한 재화였고, 프랑스대혁명 때에도 특별한 재화였으며, 지금도 특별한 재화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든 먹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류사는 부단히 굶주림과 투쟁해온 고난의 역사다. 그렇다면 현대의 과학기술은식량 문제를 해결했는가? 아직 멀었다.

세계기아지수Global Hunger Index라는 지표가 있다.2 영양결핍, 허약 아동, 발육부진 아동, 영유아 사망률 등을 종합하여 0과 100 사이의 숫자로 표시한다. 0은 기아饑餓가 전혀 없는 상태이고 100은 최악이다.

세계기아지수는 5단계로 나뉜다. 9.9 이하는 낮음, 10.0~19.9는 보통, 20.0~34.9는 심각, 35.0~49.9는 위험, 50.0 이상은 극히 위험한단계다. 

2017년 세계기아지수 평균값은 21.8로 2000년의 29.9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100명 중에 22명은 굶주리고 있다. 2017년에 유엔UN은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남수단, 예멘에서 2,000만 명 이상이 기아 위기에 처했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은 인도의 경제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지만 인도의 2017년 기아지수는 31.4로 매우 높다. 인도 아동의 21퍼센트가 허약하고, 38.4퍼센트가 발육부진 상태에 놓여 있다. 생후 6개월에서 23개월 사이 영유아 중에서 젖이나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아기의 비율은 9.6퍼센트다.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인구의 58.6퍼센트가 영양결핍 상태이고, 영유아 사망률이 13퍼센트에 달한다. 2017년 보고서에서 위험군에 포함되는 국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50.9), 차드(43.5), 시에라리온(38.5), 마다가스카르(38.3), 잠비아(38.2), 예멘(36.1), 수단(35.5), 라이베리아(35.3) 등이다. 북한(28.2)과 방글라데시(26.5)도 식량 사정이 안 좋다. 러시아(6.2)와 중국(7.5)은 많은 인구를 비교적 잘 먹여 살리고 있다.

국제개발연구소Institute of Development Studies, IDS의 나오미 호세인NaomiHossain 연구원은 인류가 처한 모순적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약 8억이 굶주리고, 20억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가운데, 성인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비만이고,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은 유실되거나 낭비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살찐 나라는 미국이고, 멕시코와 뉴질랜드가 바짝 뒤쫓고 있다.

2015년 미국의 비만율(만 15세 이상)은 38.2퍼센트인데, 2030년에는 거의 50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비만율은 5.3퍼센트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2015년 OECD 평균 비만율은 19.5퍼센트다.

OECD 국가 비만율(2015·단위: 15세 이상 인구 대비 %)
OECD 국가 비만율(2015·단위: 15세 이상 인구 대비 %)

 

비만에 비하면 좀 낫지만 과체중overweight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성인 2명 중 1명은 과체중이고, 청소년도 6명 중 1명이 과체중이다.6 선진국의 비만 및 과체중 문제는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이 겪는 저체중, 영양실조, 발육부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누구는 굶주리고 누구는 비만을 고민한다면, 분배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사람들이 돈이 남아돌아서 지나치게 먹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안에서도 저소득·저학력 계층일수록 비만율이 높다. 소금, 설탕, 지방 덩어리인 정크푸드junk food를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의 표현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햄버거와 피자를 잔뜩 먹고, 부자들은 유기농 샐러드와 과일 스무디를 먹는다.” 

미국의 빈곤층은 4,000만 명이 넘는다. 그렇다 해도 미국의 빈곤이 아프리카의 기아보다 심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굶주림은 모든 문제를 압도하는 절대악이다.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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