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그룹 본사에 펄럭이는 깃발 모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그룹 본사에 펄럭이는 깃발 모습.

 

LG그룹의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복수노조를 추진한 직원에게 불법 사찰과 보복성 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LG디스플레이가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직원을 불법 사찰했으며, 사측이 노조 설립에 동참한 직원을 상대로 회유와 협박, 부당한 인사조치를 한 전황이 확인됐다고 13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LG디스플레이 경기 파주 사업장에서 새 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한 노동자는 준비 과정에서 회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가 퇴사했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 2017년 구미 사업장에 복수노조(우리노조)가 설립됐다가 1년 만에 해산됐다. 당시 노조위원장도 사측으로부터 징계 통보를 받았고, 노조 설립 1년 만에 퇴사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에는 2017년 기준으로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2만600명이 있으나, 현 노조는 친사용주 성향을 띄고 있다. 이 노조는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뒤에도 단일 노조 체제를 유지했다. 

현 노조에 대한 불신은 2018년부터 3차례에 걸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이후 심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5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노조는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이견없이 받아들였다. 이토록 심화하는 고용불안 속에 노동자들 사이에서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노조가 목소리를 내지 않아 LG디스플레이 측은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다뤘으며, 성희롱을 비롯한 상급자의 비위 행위를 신고해도 묵살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새 노조 설립을 준비한 김모씨는 지난해 5월 직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앱’에 실명을 내걸고 복수노조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즉시 사측의 회유가 시작됐다.

현장 감독직인 직속 상사들은 김씨에게 “복수노조가 생길 경우 자신들은 물론 CPO(최고생산책임자)까지 인사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차라리 현 노조(한국노총)의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김씨를 회유한 상사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용자 측 인사였다. 

상사의 회유에 고민하던 김씨는 현 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로 방향을 바꿔 노조의 체질을 바꿔볼 구상이었다. 이는 앞서 1997년 한국노총·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을 탈퇴하고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노조로 탈바꿈한 LG화학 사례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고 한다.

김씨가 사측의 회유에도 선거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자 LG디스플레이 사측은 지난해 7월 김씨를 포함한 소속 부서원 16명 전원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벌였다. 해당 부서의 근무 태만(시간 준수)에 대한 무기명 투서가 접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징계 사유가 될 만한 행위는 적발되지 않았지만 일부 부서원들은 김씨에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LG디스플레이 사측은 김씨 등 직원들을 불법 사찰했으며, 김씨와 가깝게 지내던 주변 동료들도 회사의 타깃이 됐다. 김씨를 지지해온 타 부서 노동자(반장 직급)는 법인카드 부당 사용 관련 투서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취조 형식의 조사를 받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LG디스플레이 사측과 현 노조가 함께 선거에 부당 개입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다시 새 노조 설립으로 노선을 바꿔 블라인드앱에 실명을 밝히고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8월 16일  LG디스플레이 징계위원회로부터 출석통보서를 받았다. 사측이 내건 징계 사유는 ‘상습 근무지 이탈’, ‘사내 메신저 내용 무단 공유’ 등 4가지였다.

징계와 별개로 회사는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도 문제 삼아 삭제를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선거 출마와 새 노조 설립을 포기했으며 회사도 그만두기로 했다. 김씨가 퇴직 의사를 밝히자, LG디스플레이 사측은 ‘징계 건을 취소해주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씨는 퇴사 과정에서 그간 겪은 부당노동행위를 정리해 LG그룹 정도경영팀에 보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31일 김씨의 퇴사 이후인 지난해 12월 인사평가에서 김씨와 뜻을 함께했던 노동자 대다수가 최하 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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