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KT의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는 3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KT에서 설 연휴 전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인사가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향후 3년간 어떤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고 갈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KT는 최근 직원 평가를 마치고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직원 평가가 인사를 앞두고 실시됐다는 점에서 인사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KT 안팎에서는 설 연휴 전에는 인사가 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보편적이다.

이번 임원 인사는 현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이뤄지지만, 실질적으로는 구 사장의 경영 철학이 담기는 '구현모 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구현모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CEO에 선임된다.

구현모 사장은 32년 동안 KT에서 근무한 'KT맨'으로 불린다. 그 만큼 인사 시점이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굳이 KT 조직을 공부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구현모 사장은 KT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굵직굵직한 KT의 주요 사업들을 성사시켰다. 2009년 KT 그룹전략1담당 상무보 시절에는 당시 최대 현안인 KT와 KTF의 합병을 주도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LTE(4세대 이동통신) 시장 진출이 6개월 이상 늦어진 상황에서 LTE 전담부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한 달 만에 LTE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구현모 사장의 작품이었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이 유료방송과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울 때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에 대한 사업을 확대한 것도 구현모 사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 조직 내에서는 구현모 사장에 대해 KT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최적의 CEO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구 사장은 2014년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직후에는 황 회장의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로 재직해 조직 내에서는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KT 일각에서는 구 회장 선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조직 내 통합을 이루는 것도 구현모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로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KT 새노조는 최근 입장을 통해 "KT 이사회가 혁신이 아닌 적폐경영의 연속을 선택했다"며 "황창규 회장 체제와의 단절과 혁신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구현모 사장이 단행할 인사의 폭도 관심사다. KT 내부적으로는 이번 인사를 통해 몇 명이 교체되는지를 떠나서 구 사장이 CEO로 가면서 공석이 된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누가 이어받느냐다.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은 휴대전화와 집 전화 등 유·무선통신 판매와 IPTV(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를 담당하는 분야로, KT 조직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분야로 꼽힌다. 특히 임원 인사에서는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선임과 함께 일부 자리 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T 안팎에서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구현모 사장이 대대적인 물갈이나 외부인사 수혈 등으로 큰 '충격파'를 주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조직을 꾸려나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또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지만, 일각에서는 구현모 사장이 현재까지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으로서 KT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해온 만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가운데 13일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대외활동을 시작한 구현모 사장은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구현모 사장은 이날 KT 인사와 관련해 "이번 주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시점은 드러내지 않았다. 아울러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키워드는 고객 중심"이라며 "고객과 밀착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민첩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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