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71〉2008년 식량대란
[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71〉2008년 식량대란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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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2018)」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2008년 식량대란

식량은 먹고사는 문제의 핵심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사는 사람이나 가장 못사는 사람이나 적어도 두 끼는 먹어야 하루를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에게는 음식이 뱃살의 원천일 뿐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에게는 밥이 곧 하늘이다. 끼니가 위협받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8년에 전 세계를 휩쓴 식량대란을 기억할는지 모르겠다. 그해,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밀 가격은 사상 최초로 톤당 400달러를 찍었고, 콩 역시 처음으로 5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그전까지 밀은 100달러대, 콩은 200달러 대에서 거래되었다. 문자 그대로 폭등한 것이다.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많은 사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국제 곡물 가격은 이미 2006년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식량 생산이 크게 줄었나? 그것은 아니다.

2008~2009년 밀 생산량은 6억 8,300만 톤으로, 소비량(6억 3,600만톤)을 앞질렀다. 2006~2007년에는 소비량이 생산량을 웃돌았다. 그러나 그전의 재고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다. 콩과 옥수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필리핀은 2008년에 심각한 쌀 부족 사태를 겪었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쌀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했다. 그렇다면 2008년 식량위기를 초래한 주요 동인은 무엇인가? 그 답을 찾기 전에 지난 10년 동안 식량 및 곡물 가격의 추이를 살펴보자.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유엔의 상설 전문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에서 곡물, 유지류, 육류, 낙농품 등 55개 주요 농산물의 세계 가격동향을 조사하여 매월 발표하는 지표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평균 가격을 100으로 잡고 가격의 변동폭을 나타낸다.

곡물가격지수Cereals Price Index는 쌀, 밀, 옥수수, 콩 등 곡물의 가격만을 따로 산정한 지표다. 곡물가격지수는 2008년 4월에 274.13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전년 동기 대비 90퍼센트 상승을 기록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식량 가격 폭등은 치명적인 재앙으로 증폭하고, 통제하기 힘든 사회불안을 야기한다. 2008년 2월 22일, 아프리카 서부 내륙국인 부르키나파소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났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하여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체포되었다.

굶주림에 대한 공포와 분노는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모리타니, 이집트 등 주변국으로 빠르게 번졌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식량폭동이 발생했다. 태국에서는 농부들이 밤새 논을 지키고, 페루에서는 군인들이 밀가루 대신 감자가루로 빵을 구웠다. 그리고 2010년에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한 번 더 찾아왔다. 2010년 튀니지혁명으로 촉발된 ‘아랍의 봄’은 단순한 민주화운동이 아니다.

 

먹고살기가 팍팍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굶주림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순응하고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2012년에도 식량 사정은 좋지 않았다. 2014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곡물가격지수와 식량가격지수는 비로소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더는 식량 걱정을 안 해도 될까? 잘 보라. [도표 20]과 [도표 21]은 거의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식량 가격 폭등의 주범은 바로 유가油價였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식량 가격도 따라 오르고, 석유 가격이 내리면 식량 가격도 같이 떨어진다. 왜 그럴까? 식량을 생산하는 데 석유 에너지가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계속>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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