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여풍은 허풍?... 현대차·LG전자 등 女등기임원 '0'
대기업 여풍은 허풍?... 현대차·LG전자 등 女등기임원 '0'
  • 고우현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0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남성 인사 중심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 상당수는 여성 이사를 두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등기임원은 주식회사의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임원으로, 여성 등기임원의 비율이 낮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기업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미비하며, 그만큼 여성이 기업 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도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143곳 중 79.7%인 114곳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당시 제출한 임원 명부 기준으로 여성 등기임원이 0명이었다. 

기업별로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의 등기임원 전원이 남성이었고 포스코, 기아자동차, 삼성물산, 현대제철, LG전자, 현대모비스,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등도 여성 등기임원이 없었다. 나머지 29곳(20.3%)은 여성 등기임원을 뒀지만 여성 임원의 수는 남성과 비교해 크게 적었다.

SK텔레콤, 롯데쇼핑, 카카오,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 등 24곳은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뿐이었으며 삼성전자와 신세계 등 4곳은 2명이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 등기임원을 둔 지역난방공사는 여성이 전체 등기임원 14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의 전체 등기임원 1123명 중 97%인 1089명이 남성이었고 여성은 3%인 35명뿐이었다. 미등기임원까지 포함해도 여성 임원은 전체 7472명 중 279명으로 3.7% 정도다.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해당 기업 이사회에는 여성 1명 이상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여성 임원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주권 상장 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개정법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되며, 시행 시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법인은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에 규정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부칙에 포함됐다.

이 법에 따르면 현재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대상 기업들은 앞으로 2년 6개월 뒤까지 여성 임원을 선임해야 한다. 등기임원의 임기가 대개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등기임원을 선임하는 기업의 경우 '여성 임원 모시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관련 법 조항을 위반할 경우에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이 법은 자산 규모가 큰 대기업에만 적용되며, 이사회에 여성이 단 1명만 있어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여성 임원을 늘리는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른바 '핑크 쿼터'라 불리는 여성 임원 30% 할당제를 시행해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2011년 6%에서 2019년 38% 수준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여성 임원 할당 비율을 4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여성의 등기임원 비율로 여권 신장을 논할 수는 없지만, 여성에 대한 기업의 배려와 사회적 책임감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