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규제라고? 정부의 상법 공세에 대기업은 '멘붕'
과잉 규제라고? 정부의 상법 공세에 대기업은 '멘붕'
  • 고우현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0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이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상장사 주주와 기관투자자가 권리 행사를 강화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견제 기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3개 법 개정으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한 견제 기능을 강화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경쟁력이 높아지고, 특히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법 개정이 완료돼 제도 개선 효과가 시장에 즉각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국회에서 의결된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을 보면 우선 상장사 임원 후보자에 대한 충실한 검증기반을 마련하는 등 주총의 내실을 다지는 내용이 담겼다. 이사나 감사 등 임원 선임을 위한 주총을 소집할 때는 후보자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등을 함께 공고하도록 했다.

주총 소집 시에는 주주에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주주가 주총 전 회사 성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전자 투표 본인인증 수단도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인증 등으로 다양화하고, 전자 투표로 행사한 의결권을 전자 투표 기간에 변경·취소할 수 있게 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도 향상된다. 특정 회사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자는 해당 회사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그간 상장사의 사외이사 결격 기간은 2년이었다.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하지 못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활동이 활발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5%룰을 완화하는 내용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5%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으면 5일 이내에 관련 내용을 상세 보고·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 5%룰에서 5일 이내 상세보고 대상인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가 공고화됐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활동에서 ▲주주 기본 권리인 배당 관련 주주 활동 ▲공적연기금 등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 행사 등이 제외됐다.

경영권과 무관한 지분 보유도 지분율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권리만 행사하는 '단순투자',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으나 주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일반투자'로 세분화해 보고·공시 의무를 차등화했다. 단순투자에는 최소한의 공시 의무만 부여하고 일반투자에는 단순투자보다는 강한 공시 의무를 적용한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국민연금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제고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 전문성을 높이고자 운용 중인 기금운용위 산하 전문위원회를 법제화했다.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별로 위원 9명을 둔다. 특히 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를 상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자료=CEO스코어
자료=CEO스코어

 

이런 가운데 재계는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기업과 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과잉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례로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되면 당장 3월 주주총회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59개 대기업집단의 264개 상장사 사외이사 853명을 대상으로 재임 기간을 분석한 결과 올해 주총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외이사는 총 76명이다.

삼성과 SK가 각각 6명의 사외이사를, LG·영풍·셀트리온은 각각 5명씩 사외이사를 당장 새로 선임해야 한다. LS와 DB는 4명, 현대차·GS·효성·KCC는 3명의 사외이사를 바꿔야 한다. SK텔레콤, KT, 삼성SDI, 삼성전기, 현대건설,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16곳도 사외이사 2명을 3월 주총에서 교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전체 사외이사 6명 중 5명을 3월 주총에서 바꿔야 하는 셀트리온이 개별 기업 중 가장 시급한 상황에 처했다. 셀트리온 김동일·이요섭 사외이사는 11.7년, 조균석 사외이사는 11.0년, 조홍희 사외이사는 7년, 전병훈 사외이사는 6년째 맡고 있고 3월에 임기가 끝난다.

계열사를 포함해 10년 이상 재임한 '장수' 사외이사로는 김진호 유진기업 이사(18.0년), 김선우 영풍정밀 이사(16.0년), 장성기 영풍 이사(15.0년), 김영기 하이트진로 이사(14.0년), 이석우 한진칼 이사(13.0년) 등이 있다.

오는 2022년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6년 이상(계열사 포함 9년 이상) 재임한 사외이사는 총 205명으로 전체의 24.0%를 2022년 교체해야 하는 셈이다. LS네트웍스 오호수 이사(16.0년), 금병주 이사(13.0년) 등은 2022년에, 금호산업 정서진 이사(13.5년), 정종순 KCC 이사(13.1년), 박진우 효성 ITX 이사(13.1년) 등은 2021년에 물러나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3개 법 시행령은 이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상법·국민연금법 시행령은 공포 후 즉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오는 2월 1일부터 각각 시행된다. 단 주총 소집 통지 시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제공 의무와 관련된 상법 시행령은 2021년 1월 시행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