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의원, 민변, 시민단체 긴급 간담회
개인 적용 불가한 미국 법인 양형기준 적용,이재용 명분 찾는 재판부 반박
부당한 승계작업 입증위한 삼성바이오 수사자료 증거 기각 비판
"총수 일가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재벌 범죄 반복 초래"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스트레이트뉴스 이제항 선임기자]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등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고 이를 양형 판단에 반영할 의사를 보인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직제개편과 인사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담당 수사팀 교체 등 수사동력 상실 우려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재벌 총수일가 관련 재판에서 드러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의 논리가 타당한지 평가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채이배 국회의원(바른미래당, 정책위 의장)은 경제개혁연대, 민변,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22일 오후 2시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서‘삼성공화국으로의 회귀 : 재판부와 검찰인사는 어떻게 이재용을 구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첫번째 주제인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문제점'은 김종호 변호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발표하고, 두번째 주제인 '이재용 재판부의 기업범죄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최한수 교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가 발표했다.

김종보 변호사는“권력형 범죄자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응징의 대상”이라고 강조하며,“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그 자체로 국정농단이며 권력형 범죄라는 자명한 사실을 재판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보 변호사는“그동안 사법부가 소위‘3•5법칙’등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여 재벌총수들이 무서움 없이 뇌물죄나 횡령•배임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며,“재판부는 사법부의 과오를 기업 내 준법감시제도로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도 심리하고 있는 정준영 재판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치료적 사법을 적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종보 변호사는 또한,“재판부가 제시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개인이 아닌 기업에 대한 양형기준이며,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며, 사후적 도입에도 적용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히며 "삼성전자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재판부가 미국 양형기준을 거론하며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재판부의 이재용 부회장 봐주기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및 양형자료로서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현저히 방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검사의 증거신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 김 변호사는,“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수사자료 증거신청을 기각한 것은 실무 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는 사법부의 판결 경향이 권력형 범죄를 용인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했다”면서“범죄를 저지른 임원은 회사에서 퇴출되어야지 퇴출된 임원이 회사에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한수 교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는 먼저, 우리나라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집행유예에 부정적인 사유와 긍정적인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선고형이 5년에서 8년으로 집행유예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최한수 교수는 또한,“이처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은 오랜 기간 사회적 합의로 마련되어 적용해온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하며,“재판부가 언급한 미국 사례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연방양형규정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예상 형량을 계산하면 최소 70개월(5년 10개월)에서 최대 108개월(9년)까지로 나온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한편,“준법감시기구가 기업범죄를 억제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연구사례가 있다”며“재판부가 내부통제장치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특히, 기업범죄가 주로 CEO의 보수와 관련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재벌 총수의 그룹지배권 승계와 유지를 위한 범죄가 대다수"라면서,”준법감시위원회는 지배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권한과 책임도 불분명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교수는“오히려 한국 법원의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재벌범죄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라며,“재판부가 언급한 이른바 치유적 사법은 최근 미국의 형사사법시스템에서도 주된 철학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채이배 의원은“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대체 어떤 피고인이, 범죄는 이미 다 저지르고 법리에 대한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 최종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 재판부가 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발방지 조치를 하고 감형을 기대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권고 이행을 이유로 형이 감경된다면 그 자체가 특혜이고 사법정의 훼손이며 양형거래나 다름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끝으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패널로 곽정수 논설위원(한겨레),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창헌 변호사(법무법인 지헌), 전종원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前 박영수 특검팀 선임특별수사관), 정한중 교수(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등이 참석, 토론을 이어갔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