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탈당, 네번째 창당 시도...정치계 낭인 전락 위기
'안철수계' 대부분 잔류 전망...총선 전 창당은 '무리수'?
혁통위 지속적인 '러브 콜'...'범 보수' 진영 합류 가능성도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당권을 둘러싸고 손학규 대표와의 갈등을 겪던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끝내 탈당을 선언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이은 두번 째 탈당이다.

정치적 고비를 맞았을 때마다 탈당과 신당 창당을 반복하며 굴곡을 겪어왔던 안 전 의원은 이번에도 다시 탈당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안 전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발언으로 향후 거취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수십 년 한국 사회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신당 창당'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의원이  '실용적 중도'를 표방하는 신당 창당에 곧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안철수계인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이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나는 한 분이라도 좋고, 열 분이라도 좋고 어쨌든 내가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 전 의원도 신당 창당을 구체적으로 염두해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두 달 하고도 일주일 정도 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신당 창당은 물리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여러가지로 '무리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 7명 가운데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은 모두 비례대표다. 스스로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안 전 의원을 따라 동반 탈당하지 않고 별 수 없이 당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안 전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고려할 점이다.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 전 의원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고작 4%에 불과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인 임재훈 의원은 전날 안 전 의원과의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고, 국회의원 1∼2명 가지고는 기호를 10번 내외로 받는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가 한편에서는 안 전 의원이 현재 갈 길은 결국 중도·보수 통합을 모토로 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밖에 없지 않냐는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귀국 이후 혁통위를 비롯한 범 보수진영의 러브콜에 대해 줄곧 거부 의사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을 향한 야권의 구애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29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을 찾은 자리에서 "헌법질서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가치가 같다면, 다 같이 뜻을 모으는 게 필요한 때"라며 안 전 의원의 합류를 권유했다.

안철수계로 분류된 김영환·문병호 전 국회의원도 29일 혁통위에 참여하는 등 안 전 의원과 뜻을 함께했던 인사들이 속속 혁통위를 비롯한 범 보수 진영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2017년 안철수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이자, 현재 혁통위원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안철수계 인재 영입 자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도 결국은 뜻을 같이하리라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갖고 통합신당 합류를 기다리고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의원이 현재의 독자 노선으로 '몸값'을 올리고 지지자들을 규합해 세를 불린 다음, 추후 야권 통합 과정 막판에 극적으로 합류해 '스타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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