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국민연금공단의 주주활동 소홀을 방증하는 것으로,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주제안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일 논평을 통해 지난달 31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을 형성한 것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사모펀드인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반도건설 계열사들과 의결권 공동 행사를 위한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진그룹의 경영 상황은 현재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을 만큼 위기의 상황으로, 전문경영인제도 도입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땅콩 회항’ 및 밀수, 불법 고용 등 각종 범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핑계로 다음달 23일 이사 임기 만료인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이사 연임을 저지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는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한진칼에 ‘횡령·배임 이사의 직위 상실’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했던 국민연금은 이후 한진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수탁자 책임활동을 진행해야 했다"며 "경영권과 관련한 한진칼의 최근 내홍은 지난 1년 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충실한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방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이 작년 한 해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 진행해온 주주활동 현황을 밝히고,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중점관리사안 대상 기업들의 결격 이사 해임, 정관변경, 독립적 이사 추천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 등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속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를 열어 관련 안건을 논의,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이사회 개혁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조원태 회장은 연차수당 244억 원 미지급(2015~2016년)과 직원 3000 명에 생리휴가 미지급(2017~2018년)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검찰 송치된 바 있으며, 2018년 8월에는 교육부 감사 결과 인하대학교 부정편입학 의혹이 드러났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민적 공분을 산 ‘땅콩 회항’으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았으며, 명품 밀수 혐의로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또 외국인 가사노동자 불법 고용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고, 그 외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양호 전 회장 또한 횡령·배임 등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연임이 부결된 바 있는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기업가치 훼손이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적 이사가 총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내세우면서도 지난해 12월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받들 것’을 다짐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해도 향후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보를 보일 공산이 크다"며 "이에 상법 등 관련 법과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른 회사 경영이 아닌 선대 회장의 유훈을 거론하는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경영에서 손을 떼고, 독립적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지금이라도 한진칼에 향후 이사회 구성 및 자격없는 이사 해임 등 경영 계획에 대한 공개적 서한 발송 및 질의 등을 진행하고, 주주로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독립적 이사 선임 등을 제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진그룹 뿐만 아니라 효성, 대림산업 총수일가의 횡령·배임·사익편취 범죄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의 잘못된 경영결정이 회사가치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이는 회사의 업무집행의 중심이 돼야 할 이사회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으로,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고질적 병폐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그동안 부실했던 주주활동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기금위를 통해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찬성하여 회사 등에 손해를 입히거나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을 자행한 이사들에 대한 해임 ▲횡령·배임·사익편취 등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의 자격 제한 정관 변경 ▲독립적 이사 추천 등의 주주제안을 진행할 것을 의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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