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이 오는 11일 그룹임원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를 열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를 선정한다.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오른 3명은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이다.

이번 은행장 선정 절차는 손태승 회장이 그간 겸직해온 은행장직을 분리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초 그룹임추위는 지난달 말 차기 은행장 쇼트리스트(압축후보군)에 오른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후보자를 내정하려 했다.

그렇지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은행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으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연임이 불가능한 중징계가 원안대로 확정되면서 우리은행장 선정 절차를 연기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그간 중단한 차기 은행장 선출 절차를 재개키로 하면서 사실상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6일 간담회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제재 의결 절차가 남아 있는 점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점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연임 불가를 뜻하는 중징계를 확정한 손태승 회장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손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한 결정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차기 은행장 후보 선정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결정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의 낙마로 회장과 은행장을 동시에 뽑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회장직에 걸맞은 내부 인재 풀이 크지 않은 우리금융으로서는 차기 회장을 먼저 선출하고 은행장을 뽑는 게 순서다. 즉 차기 은행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은 향후 차기 회장을 뽑을 일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 관련 최종 통보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나 연임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 금융당국과 대결 구도를 연출하기보다는 기존에 결정한 대로 일정을 진행하는 게 우리금융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법적 소송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이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징계에 나서면서 그동안 임원 제재의 법적 정당성이 논란이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손태승 회장이 금융 당국의 중징계 처분으로 다음달 24일 우리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손 회장은 연임을 위해 금융 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본다는 방침이다.

다만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당국이 통보 시점을 늦춰 법적 대응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어서다. 

우리금융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손태승 회장의 제재 결정이 공식통보되면 행정소송을 하지만 소송 주체는 손태승 회장 개인이 된다. 금융 당국의 제재에 불복할 때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이의신청, 집행정지 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이다.

이의신청은 금융 당국에 재심을 요구하는 방안이지만 제재 효력을 중지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이의신청을 하면 대개 집행정지 신청도 같이 하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금융기관의 직원만 할 수 있어 손태승 회장은 그 대상이 아니다.

제재 효력을 당장 중지시킬 필요가 있는 손태승 회장으로서는 행정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제재 효력이 발생하면 손 회장은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연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손태승 회장은 대규모 손실 사태를 유발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은 이는 향후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우리금융이 법적 소송으로 가더라도 손태승 회장의 연임은 불투명하다. 금융 당국의 중징계 결정 효력을 중지하는 내용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해줘야 한다. 법원이 기각하면 그대로 손 회장의 연임은 무산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만에 하나 효력이 발생하는 통보 시점을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초 정례회의를 개최해 기관 제재와 과태료에 대한 의결을 마치고 금감원이 손태승 회장의 중징계 결정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제재의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이 우리금융 주총에 맞춰 제재 사실을 통보하면 손태승 회장 측이 법적 대응을 할 시간은 없는 셈이다. 통상 가처분 신청 후 법원 결정까지 3∼7일이 소요된다.

현재로선 금융위가 제재와 관련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절차를 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힌 관계로 금감원이 통보를 늦추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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