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관왕으로 거장 대열에...여야 정치권 "역사적 사건" 찬사
MB정부 시절 문화계 좌파 감독→국위선양 예술인 달라진 위상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축하의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 영화가 세계적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며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고 봉 감독의 수상을 축하했다.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도 "우한 폐렴으로 침체와 정체,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에 전해진 단비 같은 희소식"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새로운보수당과 정의당등을 비롯해 나머지 중소 정당들도 진보와 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서둘러 논평을 내고 이번 수상에 의의를 더했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감독이라는 세간의 평가 이면에 보수계로부터 줄곧 좌파 성향 영화인이라는 혐의에 시달려야 했던 봉 감독의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실감케 하는 '일대 사건'이다.

지난해 5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할 당시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단체로 '기생충'을 관람한 것과 달리 한국당은 흔한 논평 한 줄 내놓지 않았다.

당시 '기생충'을 관람한 한 한국당 의원은 "체제 전복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좌파 영화"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차명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기생충은 좌파들의 새로운 생존방식이다"며 노골적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드러난 바에 따르면, 봉 감독은 MB정부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 82명에 포함된 것은 물론, 그 명단 안에서도 '강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됐다. 

이듬해 2018년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다른 자료에서는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3편의 영화가 모두 정부의 무능을 부각하고 사회저항 운동을 부추긴다는 전근대적인 사유로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지목됐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봉 감독의 주요 작품 제작을 함께한 CJ ENM의 이미경 부회장이 '사상적인 좌파 문화의 숙주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보수 정권의 이러한 과거 전례로 미루어 봤을 때, 이번 봉 감독에 대한 한국당의 찬사가 현재 보수 성향 정치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 보수의 시각에서는 봉 감독의 작품에 투영된 계급구조에 대한 메타포가 여전히 껄끄럽고 불편할 것이다.

다만 봉 감독의 이번 쾌거가 이러한 정치사상적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고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의 다양화에 기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는 국민 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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