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기업 신용도에 대한 하향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과 홍콩 사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환경이 악화된 데다,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 기업이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부터 신종 코로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직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으며, 특히 화학업종이 경기 둔화와 업황부진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0일 LG화학의 기업 신용등급 및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을 종전의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하고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을 유지하면서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대해 무디스는 "석유화학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의 지속적인 약세 및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상당히 나빠진 LG화학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향후 1∼2년간 의미 있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배터리 사업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인해 LG화학의 조정 전 차입금이 작년 말 약 8조4000억원으로 2018년 말의 약 5조3000억원보다 증가했다"면서 "이에 따라 LG화학의 에비타(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이 지난해 3.4∼3.5배(일회성 충당금 비용 제외 시 3.0배)로 2018년(1.7배)보다 상승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올해와 내년 LG화학의 조정 에비타가 연간 약 1조원씩 증가할 것이며 배터리 사업이 이러한 성장을 주로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사업 부문의 빠른 판매 성장과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시현, 운영 효율성 개선과 더불어 작년에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해당 사업 부문의 실적회복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핵심사업의 경기 변동성, 지속적인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 약세 및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의 적정 수익성 확보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이런 긍정적인 요인을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비타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이 장기간 3.0배를 넘는 등 재무 레버리지가 취약한 수준에 머무를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 영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얼마전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내 정유, 화학, 철강 기업의 가장 큰 판매처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로 인해 경제활동 둔화 가능성이 높아 수요부진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만큼, 이번 LG화학의 등급 조정도 동일하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6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의 기업 신용등급을 각각 'Baa1'에서 'Baa2'로 한 계단 하향 조정하면서 실적 부진과 함께 신종 코로나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신종 코로나 확산은 일시적으로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압박을 가중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 재무 지표가 지난해 상당히 악화했으며 향후 12∼18개월간 의미 있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했다"며 "핵심사업인 정유 사업과 석유화학 사업의 지속적인 부진,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 및 주주환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종합화학 지분을 100% 보유하며 사업 측면에서 두 회사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SK이노베이션 등급 조정과 동일하게 SK종합화학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더해 S&P도 10일 SK이노베이션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끌어내렸다.

현재로선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오는 6월까지 최고조일 것이란 관측이 보편적이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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