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경마 7조 원대 멈춘 사이, 불법경마 13조5,000억 확산
불법경마에 따른 세금 누수액만 연간 2조1,639억 원
불법경마, 7,8,9,10월 많이 발생하고, 서울・경기, 충청, 전라 순
PC방, 컨테이너, 당구장, 기원, 다방, 모텔 등지에서 성행해
불법 빠지는 이유는 높은 환급금, 익명성, 일정금액 보장, 편리성 순
불법경마 이용자 금전・인간관계・정신적 문제 경험 비율 높아

영국에서 귀족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 출발한 경마,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경마선진국에서는 이미 국민레저스포츠로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경마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의 반감을 사면서 출발한 데다 ‘시행은 하되 장려는 하지 않았던’ 정부 정책 탓에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강하다.

경마는 정말 도박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 7종 중 가장 큰 세수 확보원으로 공공재정 조성에 일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건전한 여가문화를 제공한다. 사회와 문화의식이 발전하고 힐링(healing) 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감에 따라 차츰 공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온라인 마권발매’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론은 둘로 갈려 있다. 지금도 문제가 많은데 온라인까지 허용하면 ‘도박공화국’이 된다는 쪽과 온라인 마권발매야말로 급팽창 중인 온라인 불법도박시장을 잡을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쪽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국내외 합법 사행산업의 규모와 우리 국민이 경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불법도박의 규모와 실태, 한국마사회의 사회공헌 정도 등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마사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마권발매가 시의적절한지 여부를 독자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특집 기획기사 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주>

 

"국가경제 갉아먹는 불법경마, 어디까지 왔나?" ⓒ스트레이트뉴스/영상제작=한승수 기자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불법경마가 한국마사회 매출의 두 배에 육박하는 13조5,000억 원 규모로 확산되고 그에 따라 사회문제가 심화된 데는 높은 환급금과 익명성, 편리성 등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합법 사행산업 비웃는 불법도박과 불법경마

“불법사설경마 규모를 10조 원으로 추산했을 때, 세금 누수액만 연간 1조6,000억 원, 축산발전기금 등 공익 재원 누수액도 3,000억 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조직폭력배까지 개입,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어 검경 공조단속과 마사회 내 전담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국회 농해수위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불법사설경마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한 발언이다.

4년이 지난 지금의 사정은 어떨까? 10조 원이던 불법경마 규모는 2016년 이미 13조5,000억 원(최소 13조1,163억 원, 최대 13조9,33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세계 10대 합법 온라인 경마사이트(BetFair, WilliamHill, Sportsbet, CentreBet, Coral, Palmerbet, Bet365, CrownBet, BetVictor, BetFred) 중 벳프레드(BetFred)의 메인 화면(자료:BetFred) ⓒ스트레이트뉴스
세계 10대 합법 온라인 경마사이트(BetFair, WilliamHill, Sportsbet, CentreBet, Coral, Palmerbet, Bet365, CrownBet, BetVictor, BetFred) 중 벳프레드(BetFred)의 메인 화면(자료:BetFred) ⓒ스트레이트뉴스

현재 우리나라 합법사행산업 7종(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치육진흥투표권, 소싸움)의 매출총합은 22조3,904억 원이다. 그에 비해 전체 불법도박의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다섯 배에 육박한다.

경마산업 역시 한국마사회 매출이 최근 10년 동안 7조 원대로 정체돼 있는 데 비해 불법경마의 규모는 이미 합법의 두 배에 가까운 13조5,000억 원 수준이다(2016년). 2020년 현재 불법경마가 얼마나 덩치를 키웠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불법경마 누가 왜 하나?

불법(사설)경마란, “한국마사회법을 위반해 행하는, 경마와 유사한 사행행위”를 말한다.

불법도박/불법경마/조세포탈규모 확산 추이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불법도박/불법경마/조세포탈규모 확산 추이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가 제공하는 경주 화면이나 음성,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 배당률 등을 복제・제작・전송하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마권 또는 마권과 유사한 것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설계・제작・유통・홍보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또한 ▲해외에서 열리는 경주에 국내에서 전자적인 방법으로 승마투표를 하는 행위도 포함되고, 불법경마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방조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다.

단속되면 법적인 처벌은 물론 계좌에 들어 있는 돈까지 모두 압류당함에도, 불법경마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렛츠런파크 서울(서울경마공원)에서 불법경마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입장객들에게 온라인 불법경마 사이트가 늘어난 이유를 물었다.

13조5,000억 원 규모로 불어난 국내 불법경마(자료:gamerlimit) ⓒ스트레이트뉴스
13조5,000억 원 규모로 불어난 국내 불법경마(자료:gamerlimit) ⓒ스트레이트뉴스

“불법경마는 마권 가격이 싸요. 15%? 아마 그 정도? 또 백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자기 마음대로 베팅할 수도 있고, 따더라도 세금 한 푼 안 내잖아요.” -유경민(39, 안양시)-

“인터넷 사설경마는 이렇게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재미난 것 천지인데. 그 사람들은 우리한테 뭐 하러 추운 데 나와서 생고생을 하느냐고 그래.” -최우욱(63, 서울)-

불법경마는 서울・경기(74~79%), 충청, 전라 등지에서 1년 내내 적발되고, 주로 7, 8, 9, 10월에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장외발매소를 비롯, 주거지, 상가, PC방, 컨테이너, 당구장, 기원, 다방, 모텔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불법경마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불법경마를 하는 이유로 높은 환급금(46%)과 익명성 보장(45.2%), 일정금액 보장(42.9%), 베팅의 편리성(39.1%) 등을 꼽았다.

불법경마를 하는 경로는 인터넷(39.7%), 전화(27.9%), 특정 장소(26.5%) 순으로 조사됐다.

불법경마는 합법경마 대비 높은 환급금과 익명성, 일정금액 보장, 베팅의 편리성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자료:jackpotbetonline) ⓒ스트레이트뉴스
불법경마는 합법경마 대비 높은 환급금과 익명성, 일정금액 보장, 베팅의 편리성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자료:jackpotbetonline) ⓒ스트레이트뉴스

경비 마련은 생활비 이외의 여유자금이 46.9%로 가장 많았고, 생활비(25%), 사채(12.6%), 금융기관 대출(6.3%), 타인 대여금(4.7%), 불법경마장에서 제공한 자금(1.5%) 순이었다. 경비 마련 과정에 이미 사회문제의 소지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불법경마가 미치는 폐해

한국마사회가 조사기관에 의뢰해 렛츠런파크 서울(서울경마공원)과 장외발매소 4곳(영등포, 강동, 분당, 의정부)에서 565명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 중 남성이 456명으로 80.6%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1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40대 순이었다. 학력은 고졸(237명, 41.9%), 대졸(159명) 순이었다.

가구소득은 200~300만 원(27%), 100~200만 원(18.9%), 300~400만 원(16.1%) 순으로 조사됐다. 직업은 관리자나 전문가, 관련 종사자(16.1%), 단순노무종사자(15.4%), 서비스/판매직(14.7%) 순이었고, 전업주부도 6.5%를 차지했다. 고용형태는 자영업주(24%), 상용근로자(21.2%), 무직(11.8%) 순이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서울, 제주, 부산경남 등 렛츠런 파크(경마공원) 3개소와 장외발매소를 방문하는 이용자 중 절반은 1회 베팅 금액이 1만 원 이하이고, 하루 평균 5~10만 원을 베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절반의 합법경마 이용자들이 경마를 레저스포츠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도박의 폐해 ⓒ스트레이트뉴스
불법도박의 폐해 ⓒ스트레이트뉴스

그러나 불법경마 이용자들은 주거지와 상가, PC방, 컨테이너, 모텔 등지에서 하루 평균 10~30만 원을 베팅한다.

합법경마 이용자 중 84.6%는 생활비 이외의 여유자금이나 생활비로 베팅하고, 은행대출이나 사채를 이용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하지만 은행대출이나 사채를 이용하는 불법경마 이용자는 19%에 이른다.

합법경마 이용자 중 51%는 경마를 하는 이유로 오락이나 여가 선용을 꼽았지만, 불법경마 이용자 중 49%는 금전적인 문제를, 40%는 인간관계 문제를, 37%는 정신적인 문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불법경마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해를 잘 보여준다.

불법경마는 저렴한 마권과 제한 없는 베팅, 다양한 즐길거리, 첨단기술을 활용한 편의성 등에 힘입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불법도박의 확산은 ‘사채 빚’, ‘가정 파탄에 이은 가족 해체’, ‘과도한 몰입에 따른 도박중독’, ‘범죄 증가’, ‘자살’ 등으로 이어진다.

◆시공간 제약 없이 확산되는 불법경마

불법도박이 확산되면서 불법경마 적발 건수도 2012년 815명, 2013년 999명, 2014년 1,269명, 2015년 2,093명 등으로 늘었다. 2015년 235억 원이던 단속금액도 2018년 5,008억 원으로 20배 이상 폭증했다.

불법경마 단속 실적 추이(2015년~2018년) ⓒ스트레이트뉴스
불법경마 단속 실적 추이(2015년~2018년) ⓒ스트레이트뉴스

온라인 불법경마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국경도 없다. 범죄로 벌어들인 돈은 추적조차 어렵다. 제3자 명의나 사이버 머니 등 다른 형태로 숨겨지거나 해외로 빼돌려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불법경마 운영자가 외국인이거나 설비가 해외에 마련돼 있을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기도 어렵고 범죄인 인도 등 형사사법공조도 쉽지 않다.

불법경마는 개인적으로는 빚과 가족 해체, 중독 등으로, 사회적으로는 실업증대, 사회적 비용 증대, 성장잠재력 약화 등으로 이어진다. 지난 10년간 합법경마가 연간 7조5,000억 원 수준으로 멈춰 있는 동안, 불법경마는 연간 13조5,000억 원 규모로 덩치를 불렸다.

도박은 인간의 본성적 측면이 강한 탓에 원천적으로 근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당사자와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극심해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불법경마를 통제 또는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

후속기사에서는 불법경마의 단속 과정과 실태, 단속 및 수사권, 불법경마 신고 포상 등과 함께 불법경마를 통제 또는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살펴본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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