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 발표에서 피해자들이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 발표에서 피해자들이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2명 가운데 1명 꼴로 자살을 생각했고, 피해 전체 가구 사회경제적 손실이 1조8800억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역학회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의뢰를 받아 지난해 6월 13일∼12월 20일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구 4953가구 중 1152가구를 조사한 결과 성인 피해자의 49.4%가 자살을 생각하고 11.0%는 자살을 시도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도 15.9%가 자살을 생각했고 4.4%는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살균제 피해 아동·청소년의 67.2%가 신체 건강에서 하위 15퍼센타일(100명 중 하위 15번째)에 속했으며, 친구관계 만족도는 73.4%, 자율성과 부모관계(만족도)는 62.3%가 하위 15퍼센타일에 포함됐다.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한 한국역학회의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자살위험과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성인 피해자의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정도는 일반 인구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매우 심각한 정신건강 고위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로 인정하는 질환들 외에도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은 크게 '구제급여'(정부 인정)와 '구제계정'(정부 미인정)으로 나눠 이뤄지며 폐 질환(1∼3단계), 천식, 태아피해, 독성간염, 기관지확장증, 폐렴, 성인·아동 간질성 폐 질환, 비염 등 동반질환, 독성간염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56.6%는 피부질환을 앓고 있고 안과질환(47.1%), 위염·궤양(46.7%), 심혈관계 질환(42.2%) 등을 함께 겪었다. 정부는 이런 질환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특조위는 "피해자가 겪는 질환이 현 정부의 피해인정 질환 종류보다 훨씬 많다"며 "피해인정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특조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98가구(생존자 128명, 사망자 59명)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분석한 결과,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가구당 평균 3억 8000만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피해 생존자가 건강 문제가 없었을 경우 기대 수명까지 생존하면서 벌 수 있는 수입을 계산한 이환비용과 의료비용, 사망자의 심리적 고통 비용 등을 측정해 계산했다.

김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노출 건강피해를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폭넓게 정의해야 한다"며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고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기업에 전환하며 정부의 피해지원 항목 및 규모가 확대되도록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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