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비례정당 긍정적으로 검토"
윤건영 "모든 가능성 열고 판단"
정의당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

손혜원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의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사진=연합뉴스)
손혜원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의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다수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당초 유리할 것으로 비춰졌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오히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 19)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이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졌다. 

최근 비례대표 정당에 대한 지지도 조사(한국갤럽, 18~20일)에서 미래한국당은 25%를 기록했다(민주당 33%). 주목되는 것은 부동층(22%)으로 민주당은 아직 안개속에 쌓인 중도층 표심을 이끌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 일각에서 여권 실세를 중심으로 그동안 쉬쉬하던 '위성정당 창당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불씨를 지핀 것은 대표적인 친문 의원인 손혜원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이다.

손 의원은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은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직접 만들 수는 없으니 관련된 분들과 의견을 모아서 지금 이 순간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을에 출마 예정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도 여기에 가세했다.

윤 전 실장은 같은 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꼼수 비례당까지 만드는 건 정치를 희극화, 희화화시키는 것"이라며 "원칙이 꼼수한테 진다? 이래선 안 된다, 극단의 선택까지도 당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위성정당 창당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실장은 이어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원칙의 정치가 꼼수 정치를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이 있다.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된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렇듯 민주당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자 정의당이 격하게 반발하며 차단에 나섰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비례 위성정당 창당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만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거나 또는 창당을 간접적으로라도 용인한다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비례 위성정당을 이용해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행위일 뿐"이라며 "미래한국당이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훼손하는 위헌위장정당이라면, '비례민주당'의 가시화는 더불어민주당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민주주의 붕괴 수준"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이 21일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거나 또는 창당을 간접적으로라도 용인한다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이 21일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거나 또는 창당을 간접적으로라도 용인한다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정의당은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합류해 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상기 갤럽의 지지도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도는 12%로 다른 중소정당(바른미래당(3%), 국민의당(2%), 민주평화당(1%))보다 월등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지도 흐름도 '7%→12%'로 지지부진한 다른 당과 달리 비교적 가파른 편이다.

비례대표 후보 신청에 몰린 예비후보들의 역대급 면모도 이같은 '인기'를 반영한다.

정의당은 20일 발표한 발에 따르면 이번 4·15 총선을 위한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 총 37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병록 전 해군제독,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조성실 전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등 후보군 명단에 오른 인물들의 인지도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에 이어 민주당마저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에 뛰어들 경우 정의당은 애초 기대했던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상당부분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각종 악재를 핑계삼아 정의당과의 약속을 배반하고 위성정당을 현실화 시킬 경우 총선 판세를 혼란에 빠뜨리고 정당정치를 모욕했다는 손가락질을 감수해야 한다.

일단 민주당은 손 의원·윤 전 실장의 제안을 일축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내부적으로 (위성정당 창당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손 의원의 의견도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속이 편한 것도 아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미래한국당으로 인해 "이 상태로 가면 비례대표 의석에서만 20석 차이를 안고 들어가는 상황이 될 것 같다"며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일단 걱정만 있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한국 갤럽의 이번 조사에 관련한 이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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