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단계 '심각' 격상..."동원 가능한 모슨 수단 써야"
민주당 추경 강력 요청...통합당 오락가락
"예비비로 충분히 조달 가능"...'시기상조' 주장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라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정부와 청와대가 검토에 들어갔다.

당정청은 23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정례 고위급 협의회를 열고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주말을 강타한 코로나19 확진자 급등 사태에 "동원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과 위기대응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는 등의 조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10조원 이상 규모의 '슈퍼 추경'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최종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확장재정으로 편성했는데, 비상시국을 맞아 1사분기에 이례적으로 추경안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10조원 이상이면 슈퍼 추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7조5천억원,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는 11조6천억원 규모의 재난·재해 추경이 편성된 바 있다.

당정청은 애초 현 상황을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하고 경제활력 제고에 필요한 모든 대책을 동원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추경 도입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기는 커녕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예상보다 충격이 크고 길어지자 여당인 민주당이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핵심은 속도다. 정부는 즉시 추경안을 편성해서 국회에 보고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강력하게 추경 편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부는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 준비에 속도를 내고 국회는 빠른 속도로 추경 심사를 처리하기를 기대한다"며 재차 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의 입장은 다소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20일 통합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혈세를 쏟아부을 생각은 접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추경 편성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당에서 "대구 시민을 버리라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당내에서도 지적이 일자 하루만에 '찬성'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반면 심재철 원내대표는 "모든 재정에는 순위가 있다"며 "예비비를 먼저 쓰고 그래도 부족하면 추경을 하자는 이야기"라며 황 대표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야의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도로 실제 편성과 집행 가능성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추경을 긴급히 편성하기에는 아직 회계연도 초반인 데다가 당장 필요한 재원도 추경이 아닌 기정예산(의회에서 이미 확정한 예산)이나 예비비로 조달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약 512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이 슈퍼 예산으로 불렸고, 지금 기정예산의 10%밖에 쓰지 않았다"며 "예비비도 3조4천억원 가운데 1천41억원밖에 안 썼다"고 말한 바 있다.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도 "여당이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 추경' 도입의 기정사실화에 경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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