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없이 진행될 기업 속출 가능성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총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감염을 피하기 위해 주총장을 찾는 주주들의 발길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소액 주주들의 한 표가 절실한 회사들에는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주주들에게 주총장을 찾아달라고 적극 독려하기도 부담스럽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하순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릴레이 주총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주주들이 참석하는 주총장이 자칫 ‘슈퍼 감염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의 본사 등에서 주총이 진행되는 만큼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회사 폐쇄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에 자회사를 둔 회사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현지 업무가 마비되면서 결산 자체에 차질을 빚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최근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하면서 주총을 준비하는 상장사들의 긴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주총 참여율이 저조한 가운데 코로나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에 자회사를 둔 회사의 경우 회계감사에도 지장을 받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소액 주주를 모으는 한편 주총에서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다음달 20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주총을 여는 효성ITX는 지난 21일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내면서 '총회장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또는 디지털 온도계로 참석 주주의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이 의심될 경우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주총을 회사가 아닌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다. 주총장을 바꾼 대외적 이유는 '주주 편의' 때문이지만 사내에 소액 주주 수천명이 몰리면 코로나 방역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처음 열렸던 지난해 주총에는 소액 주주 1000여명이 서초 사옥에 한꺼번에 몰려 큰 혼란을 빚은 바 있다. 올해 주총 장소인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은 수용 인원이 2000명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감사 업무 1위 삼일회계법인이 입주한 건물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다. 이로 인해 3월 기업 감사보고서 마감이 임박한 시기인 만큼 사무실 폐쇄로 감사 업무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이 제대로 사업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으며, 촉박하게 감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감사인도 감사를 부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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