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이스타항공, 코로나19로 여파로 경영난 지속 전망
제주항공 최대주주 애경그룹, 유동성 충분... 특혜 시비 우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을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제주항공이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알려진 이스타항공을 사들이는데 국책은행이 2000억원대의 '총알'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주항공이 모회사인 AK홀딩스(애경그룹)가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와 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사태로 극단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에서 이스타항공 역시 향후 경영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다. 국책은행이 투자한 채권에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장 혈세의 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감염병 사태로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제주항공을 특정해 지원하면 특혜 시비도 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데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제주항공이 먼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 자금 규모는 2000억여원에 달할 전망이다. 산은과 수은이 1000억원씩 맡아 시중은행들의 신디케이트론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은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금 545억원에 이스타항공의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을 고려해 이같이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자본 전액 잠식 상태로 알려져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책은행이 자본잠식 상태인 민간항공사를 인수하는데 민간항공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각한 문제는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애경그룹)이 선제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 준다는 데 있다.

제주항공기와 이스타항공기
제주항공기와 이스타항공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분 56.94%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 AK홀딩스는 지난해 9월 기준 총 2522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가지고 있다. 현금및현금성 자산이란 3개월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다.

산은과 수은이 신디케이트론으로 끌어들이려는 자금은 200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항공업은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다. 국제사회에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제한 되서다.

16일 현재 코로나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이 제주항공에 대해 쥐고 있는 채권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은은 한국 기획재정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정부기관이다. 또 산은은 한국산업은행법에 의해 1954년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한국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으로 진행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제주항공에 대한 여신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 공급 여부와 공급되는 자금의 규모는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AK홀딩스가 현재 2500억원대의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제주항공 여신심사에 영향을 주는지와 관련해서는 "개별업체의 여신심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애경그룹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편 국책은행들이 제주항공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면 다른 저가항공 업체에 대한 지원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에 지원 여부도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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